석유공사, 英탐사업체 ‘다나’ 경영권 인수… 첫 해외기업 적대적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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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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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도입량 10% 우리가 직접 개발

한국석유공사가 영국의 석유탐사기업인 다나 페트롤리엄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인수로 우리나라는 최초로 10%대 석유 자주개발률(수입하는 양 중 자체 조달하는 양)을 달성하게 됐다. 또 다나사(社)가 갖고 있는 석유 광구를 통해 북해, 아프리카 지역 자원개발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 국내 기업이 적대적 M&A 형태로 해외 기업 인수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석유공사, 다나사 경영권 확보

석유공사는 24일 “다나사 주주들로부터 공개 주식인수 제안에 대한 64.26%의 지지를 확보해 이를 런던증권거래소(LSE)에 공시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다나사의 공개매수를 위해 이미 이달 17일 다나사 발행 주식 29.5%를 4억9100만 파운드에 매입했다. 이후 주식 공개매수 제안 종료일인 23일 오후 9시(한국 시간)까지 주주들로부터 34.76%의 주식 매각 동의서를 접수받음으로써 총 64.26%의 공개인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석유공사는 지난달 20일 주당 18파운드에 다나사 주식을 공개매수 하겠다고 LSE에 공시하고, 일주일 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매수 제안문서를 주주들에게 송부한 바 있다.

석유공사는 이번에 매각 의사를 밝힌 34.76%의 주식을 주당 18파운드씩 5억8000만 파운드에 매입할 예정이며 대금은 다음 달 7일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다나사 인수대금은 총 10억7100만 파운드(약 1조9400억 원)에 이른다. 지불이 완료되면 해당 주식을 정식 취득하게 된다. 석유공사는 “매입 자금은 석유공사 자체 자금과 수출입은행 등에서 빌린 돈으로 마련할 것”이라며 “이미 공개매수 제안 시 이 같은 매입금 지불 계획을 모두 세워 제출했다”고 전했다.

영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석유공사가 다나사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이를 승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에너지부도 이날 석유공사의 다나사 인수를 승인했다. 석유공사는 “이로써 다나사 인수에 필요한 현지 두 관계부처의 허가도 모두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석유공사는 제안 수용기간을 연장하고 석유공사의 매수 제안을 아직 수용하지 않은 주주들에게도 계속적으로 주식 매각을 촉구할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75%가 넘는 제안 수용을 얻게 되면 다나사의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라며 “상장을 폐지하면 각종 공시나 보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어 더욱 자유롭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글로벌 석유개발사업에 ‘날개’

다나사는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이집트를 비롯해 기니, 세네갈, 모로코 등 36곳에 개발·생산·탐사용 석유 광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다나사가 보유한 광구의 총 원유 매장량은 올 상반기(1∼6월) 기준 약 2억4400만 배럴로 일일 생산량은 4만8000배럴에 달한다.

석유공사는 “다나사를 완전히 인수하게 되면 현재 9%인 국가 석유 자주개발률이 두 자릿수인 10%대로 진입할 것”이라며 “그동안 미주, 옛 소련 지역에만 머무르던 우리나라의 석유탐사사업이 북해, 아프리카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자원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적대적 M&A 방식으로 성사된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자원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통상적인 광구 확보전에서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중국을 제칠 재간이 없다”며 “향후 중국을 제치고 각종 자원광구를 확보하는 데 이번과 같은 적대적 M&A 방식을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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