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비자금 실체 밝혀질까

동아일보 입력 2010-09-24 03:00수정 2010-09-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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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차명계좌 주식매매… 오너 일가로 돈 흘러가”
한화측 “상속재산”… 추석에도 출근해 대책논의
한화그룹이 한화증권 지점에 개설된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계열사 주식을 사고파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주식 매매대금의 일부가 김승연 회장의 부인 등 오너 일가 명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이는 대주주 및 경영진의 주식 보유내용 변동현황을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옛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원곤 부장검사)은 금융감독원에서 넘겨받은 5개의 차명계좌 및 한화 임직원 명의의 차명 의심계좌 등 계좌 수백 개를 뒤지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검찰은 차명계좌를 통해 이뤄진 계열사 주식 매매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한편 한화가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 한화 비자금 어떻게 드러났나

한화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올해 초 한화증권 전직 직원 A 씨가 금감원에 “한화그룹 내 비선조직인 ‘장교동팀’이 한화증권을 통해 300억∼5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을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금감원은 자체조사를 통해 제보내용이 사실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해 7월경 검찰로 관련기록 일체를 넘겼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다시 이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에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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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A 씨가 제보한 5개의 계좌는 오래된 휴면계좌로 회사 비자금이 아니다”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검찰이 16일 한화그룹 본사와 한화증권을 압수수색하고 계좌추적을 통해 최소 300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알려지자 태도를 바꾸었다. 한화 측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문제의 휴면계좌와 유사한 차명계좌 60여 개를 자진 제출했다”며 사실상 비자금의 존재를 시인했다.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박영수 변호사와 그룹 법무실장 출신의 채정석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방어책 마련에도 부심하는 모양새다.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관계자들은 추석 당일인 22일에도 회사에 나와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13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가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귀국 예정일인 17일을 넘겨 22일 귀국했다.

○ 비자금 사용처가 ‘뇌관’

수사팀은 당분간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성격을 확인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계좌추적이 아직 끝나지 않아 비자금의 전체 규모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300억∼500억 원은 한화그룹의 덩치에 비춰볼 때 회사 비자금으로 보기에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차명계좌에 든 돈의 출처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한화 측는 이번 의혹이 불거진 이후 줄곧 “김 회장이 선대로부터 받은 재산 중 미처 실명화하지 못한 돈”이라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문제의 돈이 계열사의 회삿돈으로 드러날 때에는 한화 경영진에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단순히 비자금 의혹을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돈의 ‘출구’를 밝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검이 수사 초반부터 중수부 요원들을 투입해 특별수사팀을 꾸린 것은 수사가 확대될 여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얘기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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