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등 33명 모인 파주의 사회적 기업 ‘메자닌아이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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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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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튼튼… 돈벌이 뿌듯… 남녘서 벅찬 추석맞이

새터민과 소외계층 등을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인 메자닌아이팩 직원들이 추석을 앞두고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 포장용 박스 제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 제공 SK
새터민과 소외계층 등을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인 메자닌아이팩 직원들이 추석을 앞두고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 포장용 박스 제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 제공 SK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둔 17일, 경기 파주시 야동동에 있는 사회적 기업 ‘메자닌아이팩’ 공장은 늦여름 더위에 작업열기까지 더해져 후끈했다.

종이상자를 만드는 지함(紙函)공장인 메자닌아이팩은 각종 포장박스 주문이 넘치는 명절을 앞두고 종이상자를 찍어내는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기계 앞에 앉은 직원들의 일손도 바삐 움직였다. 선풍기 몇 대가 ‘탈탈탈’ 돌아가고 있었지만 2층 조립식 건물 안의 더운 공기를 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직원들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은 마를 새가 없었다.

“힘들지만 내가 벌어 명절을 준비할 수 있는 일자리가 그 어떤 명절 선물보다 소중하죠.”‘일자리가 곧 희망’이라고 말하는 메자닌아이팩의 직원 대부분은 북한에서 넘어온 새터민. 직원 33명 가운데 새터민이 20명이고 나머지는 40, 50대의 취약계층이다.

40대 중반의 김모 씨는 “메자닌아이팩에서 일한 지 1년 만에 1000만 원 정도를 모아 북한에 있던 아내와 딸 둘을 최근에 한국으로 데려왔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가족과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돼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메자닌아이팩은 2008년 통일부와 사회복지법인 열매나눔재단, SK가 지원해 설립됐다. 새터민과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이다. 층과 층 사이의 중이층(두 층 사이에 작게 지은 층)을 뜻하는 ‘메자닌(Mezzanine)’에서 이름을 따왔다. 계층과 계층을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SK가 1억5000만 원의 설립 자금을 지원해 출발한 이 회사는 3년 만에 자본금 4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다른 사회적 기업들이 주로 정부나 사회단체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것과 달리 이곳은 종이상자 판매로 지난해에만 2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청와대에도 포장용 박스를 납품하는 등 150곳의 거래처를 확보한 메자닌아이팩의 올해 매출 목표는 30억 원이다. 박찬민 SK사회적기업사업단 실장은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한 353곳 중 매출이 30억 원 이상인 곳은 10여 곳, 영업이익이 나는 곳은 60곳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메자닌아이팩의 성과는 성공적이다.

박상덕 메자닌아이팩 사장은 “우리 공장은 사회적 기업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며 “주문 물량이 많아 추석 연휴가 지나면 직원 5명을 더 채용할 계획인데 이런 일자리 하나하나가 취약계층에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새터민 사이에서도 메자닌아이팩은 가고 싶은 일자리로 꼽힌다. 이곳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새터민 여성 이모 씨(49)는 “2002년 한국으로 내려온 이후 이곳저곳 일자리를 전전했지만 지금은 안정적인 보수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만족했다. 다른 곳에서 8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다가 이곳으로 옮긴 뒤 150만 원 넘게 받는다는 이 씨는 “광명에서 매일 출근하는 데 2시간 넘게 걸리지만 고된 줄 모르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메자닌아이팩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부족과 주변의 낮은 인식 탓이다. 박 사장은 “여전히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이 낮아 ‘새터민이 일하는 회사’라고 소개하는데 거래처에서는 ‘정부 지원도 받을 텐데 싸게 납품해 달라’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설비 투자도 회사의 고민거리다. 메자닌아이팩은 기존 설비로는 추가 주문을 소화하기 힘들어 설비 확대를 위한 2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 사장은 “정부가 인건비를 매달 지원해 주고 있지만 시설 투자를 하는 데에도 지원을 해주면 시설을 늘려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으로 클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파주=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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