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대신 받은 여관, 직원 기숙사로 사용

동아일보 입력 2010-09-10 03:00수정 2010-09-10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국회 재정위, 국세청 부적절한 예산집행 지적 세금으로 현금 대신 받은 여관을 기숙사로 쓰고, 연간 수천만 원을 들여 직원들 영어시험 응시료를 내주고….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작성한 국세청의 지난해 세입세출 결산 심사 검토보고서에 나타난 국세청의 대표적인 부적절한 예산집행 사례들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은 세금 대신 물건으로 받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여관 건물을 10여 년째 직원 기숙사로 사용해왔다. 이 건물은 현재 시가가 220억 원대에 이르는 지상 5층 규모. 이 여관은 1993년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이 고액의 상속세 대신에 받은 것으로 1995년 ‘세무서 청사 확보’를 명분으로 국세청에 관리권이 넘어갔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 여관을 1999년부터 청사가 아닌 기숙사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광묵 재정위 전문위원은 보고서에서 “국유재산을 직원 복지를 위한 기숙사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매각하거나 임대해서 그 수익을 국고에 납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기사
국세청이 일부 직원의 어학시험 응시료를 지원한 것도 문제가 됐다. 지난해 교육비 예산 중 3300만 원을 국제조세관리관실과 국세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의 영어시험 응시료로 사용한 것이 교육비 예산의 취지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세청 직원들의 어학시험 응시료를 국민 세금으로 대납하는 것은 어학시험 점수를 법적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고 그에 따라 면직까지 가능한 외교통상부를 제외하고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제조세와 금융, 대외경제 업무를 담당하는 재정부도 직원들의 어학시험 응시료를 대신 내주지 않고 있다.

또 보고서는 국세청이 특수활동비 사용명세 공개와 관련한 국회 의결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올해 1월 본회의에서 ‘국세청의 특수활동비 예산의 본청 및 지방청의 월별 집행액을 국회에 제출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국정감사 시정요구안을 의결했지만 국세청은 이번 결산 심사를 앞두고 그 명세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감 시정 요구는 법률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 최근 재정위가 다시 한 번 공개를 요구하자 분기별로 합산한 집행액만 정리한 자료를 보내왔다.

8일 재정위 예산결산소위원회 회의에서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국세청은 기숙사로 사용해온 여관에 대해선 “1층은 청사로 쓰되 나머지는 사무실로 임대해 임대료를 국고에 납입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어학시험 응시료 지원과 특수활동비 월별 집행액 공개 요구에 대해선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