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이란 수출업체 하소연도 못하고 ‘냉가슴’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03:00수정 2010-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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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밉보이면 美수출 타격… 피해 커도 적극 나서지 못해
“드라마 ‘주몽’까지 사랑받던 블루오션 이란인데….”

최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수출업계가 울상입니다. 그간 우리 기업들에 알토란같은 시장이었던 이란 수출길이 기약도 없이 막히게 됐기 때문이죠.

정치적 이유로 미국 등 서방세계와 교역이 많지 않은 이란은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에는 블루오션이었습니다. 이란으로 가던 우리의 주요 수출품은 철강, 자동차, 전자제품 등. 특히 자동차, 전자 분야는 현지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국내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란에서 한국 제품은 프리미엄, 첨단기술 이미지가 강하다”며 “테헤란 거리 어디에서나 현대차를 볼 수 있고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에도 한국산 TV, 냉장고가 즐비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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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장금’ ‘주몽’ 등도 현지에서 최대 80%가 넘는 폭발적인 시청률을 얻어 화제가 됐죠. 실제 작년 여름 LG전자는 이란 지역 광고에 ‘주몽’의 주인공 탤런트 송일국 씨를 기용해 그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습니다. 현지에서 국가선호도 조사를 하면 한국은 언제나 5위권에 들었다고 하니 그만큼 한국을 바라보는 이란 국민의 시선이 우호적이었다는 뜻일 겁니다.

이런 분위기는 대이란 수출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5년 이후 올 7월까지 이란 수출은 금융위기 여파가 강했던 2009년을 제외하고는 한 해도 빠짐없이 성장했습니다. 특히 2005년의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0.3%였던 데 비해 올 1∼7월 수출 증가율은 42.9%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핑크빛 나날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국이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란을 압박하면서 미국의 우방국인 한국의 대이란 제재 참여 요구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죠. 8월 대이란 수출은 전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팍 꺾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고충을 적극적으로 하소연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란 제재로 피해를 봤다고 떠들고 다니다가 더 중요한 시장인 미국에 밉보일까 봐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신세”라고 귀띔했습니다.

일단 우리 정부는 한국무역협회 내에 ‘대이란 무역 애로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수출 피해 기업들의 현황 파악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돼 국내 수출업계의 고충은 수개월 길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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