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미소금융, 일수업자와의 싸움서 진짜 이기려면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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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가게 김 씨 아주머니(73)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수유시장 한복판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왔지만 노후자금은 전혀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타고난 장사수완으로 그의 가게엔 항상 손님이 넘쳤지만 항상 임차료를 낼 때나 물건을 떼올 때가 되면 돈이 모자랐죠. 그럴 때 가장 쉽게 접할 수가 있었던 게 일수(日收)였습니다. 버는 돈이 100일에 20%에 달하는 고금리 일수이자로 속속 빠져나가다 보니 남편까지 경비 일을 하며 같이 돈을 버는데도 저축은 꿈도 못 꾼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부쩍 마음이 편안하다고 하네요. 연이율 4.5%의 미소금융을 이용하면서 이자가 확 주니 ‘돈을 모을 수 있겠다’라는 의욕까지 생겨난 거죠.

시장에도 여유가 돌고 있습니다. 보통 상인들은 100만 원 빌려서 100일 동안 120만 원을 갚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100만 원을 빌리는 식으로 1년에 300만 원가량 일수업자의 돈을 썼습니다. 1년에 이자로 나가는 돈만 60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평균 연매출이 높게 잡아도 3000만 원가량이고 임차료와 재료구입비를 제외한 연소득은 2000만 원 규모로 이중 20%에 달하는 360만 원(원금 포함)을 빚을 갚는 데 썼다고 합니다. 상인 140명 중 30∼40%가량은 일수를 사용했으니 수유시장에서 연간 1억8000만 원이 일수업자 품에 들어간 셈입니다. 하지만 이젠 똑같이 300만 원을 1년간 사용했을 때 원금 포함 313만5000원만 갚으면 됩니다. 시장 전체에서 나가는 돈도 연간 1억5675만 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미소금융은 시장 내에서 상인회가 대출영업을 해 상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청의 ‘자영업자 소액 희망대출’, 행정안전부의 ‘지역희망금융사업’ 등 상인 등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사업과 달랐습니다. 물론 계속해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겠죠. 일단 별도의 대출인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수유시장 상인회는 미소금융에서 재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데도 거절했습니다. 상인회가 대출을 하고 매일 일일상환금을 받는 일에 한 시간 이상을 소요하는데 더 이상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습니다. 다행히 미소금융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미소희망봉사단을 전통시장 대출에 투입하는 계획 등을 고민 중이란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미소금융이 진정한 서민금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현장에서 가져보았습니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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