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 특집]“우리는 생산의 새로운 파트너” 대기업-중기 공생의 묘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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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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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 협력사 생산혁신활동 지속적 지원


국내 화장품 업계의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은 협력사의 성공을 돕고 협력사와 미래의 꿈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상생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료, 포장재 등 협력사의 글로벌 경쟁력 없이는 아모레퍼시픽의 비전인 ‘2015년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로의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상생발전을 위한 장단기적인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원료 및 포장재 협력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전체 원료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16개 협력사 대표자 협의체인 ‘APRO(AMOREPACIFIC Raw material Organization)’는 총회와 실무위원회를 연 1회씩 열고 있다. 또한 전체 포장재 구입금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21개 포장재 협력사 대표자 협의체인 ‘A-PAC(AMOREPACIFIC Partners' Committee)’는 총회 연 2회, 운영위원회 연 4회, 실무위원회 연 3회를 개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들 협력업체와 비전 및 시장환경 및 구매전략을 공유하며 협력사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 협력사와의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매년 경영자와 실무자로 나누어 ‘협력사 상생협력 전진대회’도 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협력사를 위해 다양한 직급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핵심 리더 양성과정(2006년∼현재)’을 비롯해 ‘6시그마 교육’, ‘품질관리 책임자 실무 역량 향상 과정’, ‘생산관리 기반 교육’, ‘개발담당자 육성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필요와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협력사의 생산혁신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인력구조 때문에 지속적인 혁신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협력사를 돕고 성과를 상호 공유해 상생협력구조가 지속되도록 하겠다는 것.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의 혁신활동 노하우와 혁신 전문가를 활용한 ‘협력사 즉실천활동’과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연계하여 실시해온 ‘쿠폰제 컨설팅’이 있다. 2007년에는 주요 협력사의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 구축을 지원했으며 2008년부터는 아모레퍼시픽의 상품등급 정보를 활용해 협력사의 다품종 소량생산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관리기반역량 혁신활동을 지원해왔다. 또한 포장재 협력사 중심으로 혁신지원활동을 펴오던 것을 2008년부터는 금형 협력사까지로 확대하여 금형기술의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협력사의 혁신활동을 통해 나타난 성과를 평가해 1년에 1억5000만 원을 시상금으로 제공하고 이를 다시 협력사 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품질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로 유도해 상생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또한 기업 간의 친환경, 저탄소 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그린파트너십’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모기업이 친환경 구매 지침을 수립하고 협력업체에 생산공정 진단지도, 친환경 생산기술 이전 등을 지원해 협력업체의 친환경 경영체제 구축을 돕는 제도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효성, 업체 방문해 품질 개선 아이디어 제공



효성은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효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협력업체와 ‘윈-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선 효성은 부품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이 제품의 품질과 기술력을 개선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협력업체의 수준이 곧 효성 제품의 품질과 연결되는 만큼 협력 업체의 제품이 효성의 제품이라는 책임 경영의 마인드로 지속적인 품질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중공업 부문은 협력업체에 품질관리기법과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또 중소기업의 품질 및 조직관리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라인 재배치와 사무 자동화 등 최고 수준의 관리기법도 전수한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상생경영 활동을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창원공장의 외주지원팀을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공업 창원공장은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60여 곳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주로 협력업체들이 요청하는 기술 및 품질 문제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역 협력 업체를 격주로 방문해 지속적으로 균일한 품질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비 점검을 돕고 품질 개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주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장기부품 공급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안정적인 물량수급체계를 마련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격월로 20여 개의 협력업체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원가 절감과 기술 및 품질 개선 방법 등에 대한 최신 정보를 교류하고, 품질 개선을 위한 현장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월 1회 도요타 생산방식(TPS)의 전문가를 초청해 협력업체가 요구하는 품질 문제를 상담하고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섬유부문에서는 효성의 제품을 공급받는 고객사(직물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인 만큼 신제품 개발, 해외판로 개척 등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는 고객사의 요구를 반영해 공동으로 기능성 스판덱스를 개발하거나, 고객사들의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을 지원한다.

효성은 올해 5월 원사 업체로는 최초로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는 크레오라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워크숍은 2011년 가을/겨울 시즌의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제안하고, 고객사에 일대일 맞춤형 상담을 진행하는 자리였다. 당시 효성은 홍콩, 브라질, 터키 등 주요 글로벌 생산 및 판매 거점을 중심으로 원단 및 패션 업체들을 초청했는데, 이를 통해 효성의 중소 고객사들과 글로벌 업체들을 연결해 해외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 트렌드를 보여주는 ‘파리 모드 시티’ 등 유명 전시회에 고객사 업체와 함께 나가 공동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KT, 입찰방식 개선 실질적 지원 실천


KT의 대·중소기업 상생은 제도를 넘어 실천의 문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사를 통해 “협력사들이 KT에 대해 애정보다는 비판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협력업체들과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KT는 회사 이름만 걸어놓고 공사를 수주해서 재하청을 주는 관행과 최저가 입찰제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구매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KT의 일물 복수가(一物 複數價) 제도는 적지 않은 협력사들에 실질적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컨대 기존 최저입찰제에선 4개사를 선정할 경우 가장 낮은 가격을 쓴 업체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개사가 같은 가격으로 계약에 응하거나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현행 일물 복수가가 적용되면서 KT가 자체 산정한 목표가격 이내면 최저가와 상관없이 입찰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수익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지만, 이 회장은 “경제학에 공짜 점심은 없다. 구매비용을 너무 낮추면 유지보수나 품질 비용 등으로 오히려 더 손해”라며 새로운 입찰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

또 입찰시 평가점수를 정밀하게 계량화해 기존에 납품실적이 없던 기업들도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실제로 모뎀 및 셋톱박스 유지보수 업체인 스피맥스는 가정용 전원 어댑터가 배선을 어렵게 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멀티형 전원어댑터’ 개발을 제안했다. 이에 KT는 성과 공유제 과제로 해당 아이디어를 채택함으로서 스피맥스는 7억3000만 원의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KT 구매전략실이 올 5월 114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구매혁신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4.22점을 받아 KT의 구매혁신에 대한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2, 3차 협력사에도 상생경영의 혜택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기지국 안테나를 생산하는 1차 협력업체인 감마누는 KT 컨설팅을 통해 TL9000, ISO14001 등의 각종 인증을 획득했다. 이에 감마누는 2차 협력사인 희람테크, 케이앤하이텍 등에도 컨설팅 인력과 인증 비용을 제공해 동반성장으로 이끌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은 7월에 개최한 ‘중소기업 동반성장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중소기업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차원이 아닌 실질적 지원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T는 △중소기업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게 하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 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 정책’을 발표했다. 일물 복수가나 새로운 입찰제에 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선언적 느낌일 수 있지만, 상생의 문화를 장기간에 걸쳐 조직에 뿌리내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KT는 설명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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