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신동엽 교수가 분석한 ‘성과와 리더십’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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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좋은 리더가 최고라고? 직원 자신감 북돋는게 먼저다
히틀러, 스탈린, 빈 라덴은 뛰어난 리더인가. 어려운 여건에서 엄청난 성과를 냈다고 해서 훌륭한리더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성과란 리더십의 필요조건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진정한리더는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조직원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헌신과 신뢰를 끌어내야 한다. DBR 그래픽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은 뛰어난 리더인가. 리더십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학자들은 “높은 성과는 뛰어난 리더로 인정받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리더는 높은 성과라는 결과를 창출할 뿐 아니라 성과 창출의 과정에서 구성원들로부터 신뢰와 존경, 헌신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성과를 높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당신이 존경하는 리더는?

필자는 리더십 강의를 시작할 때 학생들에게 ‘가장 뛰어난 리더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왜 그렇게 생각하나’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를 질문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자주 거론하는 가장 뛰어난 리더의 리스트에는 정치가·군인(박정희, 세종대왕, 이순신, 에이브러햄 링컨, 칭기즈칸, 나폴레옹, 알렉산더 등), 기업인(이병철, 정주영, 이건희, 잭 웰치, 스티브 잡스 등), 종교지도자·성인(예수, 석가모니, 마호메트, 마틴 루서 킹 등), 연예인·스포츠 스타(서태지, 마이클 조든 등) 등 다양한 인물이 포함돼 있다.

특이한 점은 거의 매 학기 두세 명이 히틀러, 빈 라덴, 스탈린 등 일반적으로 심각하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들을 뛰어난 리더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와 목적을 관철시켜 결과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창출했다는 게 이유다. 예를 들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이 2차 대전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시 싸워 거의 이길 뻔했던 것은 히틀러의 출중한 리더십이 아니면 불가능했다는 식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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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실은 호평을 받는 다른 정치가나 기업가들이 왜 뛰어난 리더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볼 때도 이와 거의 유사한 이유를 댄다는 점이다. 즉, 불리한 상황에서도 원하는 성과를 창출해냈기 때문에 뛰어난 리더라는 식이다. 이런 면에서 히틀러나 빈 라덴, 스탈린이 흑인의 인권을 향상시킨 마틴 루서 킹 목사나, 붕괴된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부활시킨 스티브 잡스 등과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는 높은 성과가 리더십을 판단하는 보편적인 기준이라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언뜻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 같지만 뭔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과 중심 리더관의 한계

이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성과와 리더십의 관계를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성과와 리더십 간의 관계는 실제로 현재 리더십을 연구하고 있는 경영학계의 가장 중요한 연구 주제이자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은 뛰어난 리더인가. 높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난 리더가 필요한가. 전 세계 리더십 학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이 두 가지 질문은 리더십이 학문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1930년대 이래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질문은 상대적으로 덜 어려운 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한 연구도 먼저 시도됐다. 1990년대를 전후해 리더십 학자들은 높은 성과 창출에 뛰어난 리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제도와 시스템, 구성원들의 역량과 동기부여 등이 리더십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리더십 대체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과 같이 꽉 짜인 직무구조와 프로세스를 가진 조직에서는 굳이 리더십이 발휘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학자나 의사, 법률가 등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발적이고 내재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어 리더의 동기부여 역할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며, 각자가 전문가인 만큼 성과를 높이기 위한 리더십의 필요성도 낮다.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에 관한 많은 저술로 잘 알려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상징적 리더십 이론’을 제시했다. 특정 리더가 성과 창출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기보다는, 그 조직의 성공과 실패를 대내외적으로 대표하는 상징적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높은 성과는 단순히 뛰어난 리더만 있다고 창출될 수 있는 게 아니며 전략, 시스템, 역량, 문화, 환경과의 적합성 등 수많은 요인이 동시에 존재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성과를 창출한 사람은 뛰어난 리더로 봐야 하는가’라는 첫 번째 질문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히틀러나 빈 라덴, 스탈린도 어떤 의미에서는 한때 높은 성과를 창출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을 뛰어난 리더로 볼 수는 없다.

○21세기형 ‘진정한 리더’를 찾아서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2000년대 중반부터 21세기형 리더십으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념이 ‘진정한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엔론 사태나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와 같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수익을 창출했지만 결국 사회에 큰 타격을 입힌 기업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진정한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높은 성과가 뛰어난 리더로 인정받기 위한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난 3∼4년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진정한 리더라고 인정받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높은 조직성과를 창출했다. 하지만 이에 더해 내적 의도와 외적 행동이 일치하며, 항상 투명성을 지키고, 구성원들과의 약속은 어떤 상황에서도 준수했다. 또 조직 내·외부에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도덕적 기준과 가치관을 지향했다. 과거 행동에 대한 책임추궁이나 논공행상보다는 미래지향적이며 창조적인 가치관을 중시했다. 이와 함께 리더 자신의 이기적 이해관계보다 이타적으로 구성원들의 발전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이론의 거장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제임스 마치 교수는 “진정한 리더란 구성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창조적 비전과 자발적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비전과 열정은 구성원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여 강력한 동기부여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교수는 “어떤 사람이 진정한 리더인지를 평가하려면 그 사람으로 인해 구성원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21세기형 새로운 리더십으로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진정한 리더십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성과 창출에 대한 맹목적 집착 때문에 잊어버렸던 리더십의 본질로 되돌아가자는 움직임이다. 그동안 우리는 리더십을 조직이나 사회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도구 중 하나로 간주해왔다. 결과적으로 높은 성과만 창출할 수 있다면 그 수단과 방법이 무엇이었건 간에 뛰어난 리더로 칭송하곤 했다.

이런 관점에서 진정한 리더십은 21세기 전환기를 맞아 기업은 물론 공공 조직, 비영리 조직 등의 리더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 의사결정과 행동으로 우리 구성원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크게 높아졌는가, 아니면 반대인가.” “나는 진정한 리더인가, 혹은 단순한 성과 창출의 도구인가.” 각자 스스로에게 리더십의 본질을 관통하는 위 두 가지 질문을 해보기 바란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정리=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5호(2010년 9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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