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납품 기대를 갖게 해 그 중소기업이 공장을 지었으나 발주를 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면 대기업에도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결정을 내린 사실이 19일 알려졌다.
정성훈 오성 대표는 “포스코가 구두로만 발주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아 120억 원을 손해 봤고 공장을 설립하느라 11억7000만 원을 썼다”며 손해배상해 줄 것을 청구했다. 정 사장은 “종이슬리브(냉연코일을 감을 때 중앙에 넣는 종이 심)를 개발하라고 해 개발했고, 공장 지으라고 해 공장을 지었는데 약속한 만큼 물량을 발주하지도 않았고 경쟁사에 우리 특허기술을 넘겨 대신 만들게 하면서 거래가 끊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정 사장의 주장을 전면 반박해 왔다. 포스코는 “종이슬리브 수요가 일정하지 않은데 물량 계약을 어떻게 하느냐”며 “납품 계약은 물론이고 공장을 지으라고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납품계약은 구두로만 해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공장 설립에 대해서는 포스코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포스코는 1998년 3월 중국 업체가 “종이슬리브를 끼운 냉연코일을 달라”고 주문하자 당시 대형선풍기 등을 납품하던 정 사장에게 “종이슬리브 27개를 납품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정 사장은 한 달여 뒤 해당 제품을 납품했다. 정 사장은 종이슬리브 제조기술을 특허등록하고 2000년 전남 곡성군 석곡면에 공장을 짓는 등 대량 납품할 준비를 했다. 오성은 포스코에 2005년까지 총 18억 원어치를 납품했으나 2005년 말 단가 문제로 갈등을 겪다 거래가 끊어졌다.
양측은 이번 강제조정명령에 대해 23일까지 의사 표시해야 한다. 포스코는 이의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정 사장은 “절반의 책임을 인정받게 돼 기쁘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도 법원의 인정을 받아야겠다”며 18일 저녁 이의신청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