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소통의 멍석 깔아라… 협업-몰입 눈에 띄게 좋아질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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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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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 커뮤니케이션 Case Study

#1. 삼성화재는 과거 조직진단을 실시했다. 예상외로 심각한 결과가 나왔다. 부서 간 장벽이 높고, 내부 경쟁이 심했다. 보험업계 특성상 영업과 보상 부문이 상충하는 데 따른 것이었다. 영업 부문에서는 매출 증대를 위해 보험 상품을 더 많이 팔려고 하지만, 보상 부문에서는 손해를 줄이려고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과 본사의 괴리, 부서 간 이기주의 등 고질적인 조직 갈등이 팽배했다.

#2. KT는 최근 1년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6월 KT와 KTF가 합병한 ‘통합 KT’가 출범했다. 직원 수는 불었고, 후속조치로 대규모 명예퇴직과 조직 개편이 잇따랐다. 무려 60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몸집이 커졌지만 급변하는 통신 환경에 맞춰 기민하게 대처하는 한편 직원들을 다독이는 조치도 필요했다.

두 회사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돌파구를 내부 커뮤니케이션(internal communication) 활성화에서 찾았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분명한 가치를 전달하고, 조직이 제시한 가치에 대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마련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1호는 조직문화 쇄신을 이끌어낸 삼성화재와 KT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분석했다.

○ 삼성화재 ‘이심전심 절친 캠페인’


삼성화재는 좋은 직장 만들기(Great Work Place)의 연장선에서 부서 간, 상하 간 경쟁의 벽을 없애는 방법을 택했다.

1. 멍석을 깔아라

삼성화재는 구성원들의 대면 접촉을 늘리기 위해 ‘멍석’을 깔아주는 ‘이심전심(以心傳心) 절친 캠페인’을 벌였다. 이는 업무 연관성이 높은 부서끼리 연결해주는 ‘절친 파트너’와 본사와 현장 부서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절친 스폰서’로 이뤄졌다. 같은 회사지만 얼굴을 몰랐던 상대 부서의 직원들과 서로 알고 친하게 지내라는 취지다. 자신의 업무에 영향을 받는 사람을 짧게라도 만나 대화를 나누면,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동기 부여가 잘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회사는 구내식당에서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 대접하거나 간소한 맥주파티를 마련했다. 초반에는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로 바쁜데 본사 사람들을 만나는 ‘일’까지 해야 하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차츰 상대 부서와 대화를 통해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의 의견이 반영되고 업무 여건이 개선되는 성과가 나타났다.

2. 젊은 세대를 조직문화 혁신의 축으로

각종 소통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서번트(servant)’가 있다. 부서별로 1명씩 서번트를 둬 본사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조직인 ‘신문화파트’와 긴밀하게 연락하며 각종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맡겼다.

서번트는 해당 부서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대리에서 차장으로 했다. 부서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실무를 많이 처리하는 직원들이다. 이는 조직마다 변화를 이끄는 사람도 필요할 뿐 아니라 ‘신세대들은 즐거워야 일한다’는 철학에 따른 것이다.

김석근 삼성화재 신문화파트 과장은 “서번트는 식당을 예약하거나 이벤트를 벌이는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 기업문화 정착을 위한 변화 실행자(change agent)”라고 강조했다. 이런 취지에서 삼성화재는 매년 서번트 임명식을 하고, 우수 서번트 2명에게 인사 가점을 준다.

3. 소통 인프라 강화

아무리 좋은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마련해도 리더가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제도 운영과 의사소통, 직무 설계, 일 관리, 마음 관리 등을 진단한 삼성문화지수(Samsung Culture Index)를 조사했다. 동시에 부서장의 리더십을 길러주기 위해 서번트가 부서원한테서 부서장이 ‘개선해야 할 워스트 5’ ‘잘하고 있는 베스트 5’를 전달받아 이를 부서장에게 알려주고, 개선 사항을 논의했다.

또 커뮤니케이션을 시스템화하기 위해 월별 주제 활동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4월은 팀워크의 달로 정해 △부서의 좋은 일은 모두에게 알리기 △구체적으로 즉시 칭찬하기 △부서원을 릴레이로 칭찬하기 등의 행동 예시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짧고 굵은’ 소통으로 업무 혁신이 이뤄지게 했다.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은 직원이 보고서를 들고 와서 보고하는 것보다 구두(口頭)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로 보고하는 것을 선호해 직원들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하게 유도했다.

○ KT ‘아침경영강좌’ 사내 실시간 중계

KT는 통신회사라는 특성을 살려 첨단 기술을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적용했다.

1. IT 중심의 내부 소통

KT는 조직이 방대하다는 점을 감안해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데에 역점을 뒀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계 리더가 와서 강연하는 ‘아침경영강좌’다. 6월 초에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이 우량 기업으로 거듭난 과정을 소개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두산은 맥주회사 1위로 굳건하게 사업을 이어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 하이트 등장 이후 맥주 시장의 판도가 달라졌고 두산은 2위로 추락했다.”(박 회장)

이 강연은 KT 본사는 물론 전국 지사에 사내 방송과 인터넷 방송 등으로 실시간 중계됐다. 직원들은 실시간 댓글을 달아 박 회장한테서 바로 답글을 받았다. 강연을 들은 한 직원은 “KT도 두산과 같은 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전엔 정부의 보호막 아래서 안정적인 통신 사업을 했지만, 이제는 경쟁 격화로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에 강좌가 유용했다”고 말했다.

KT는 또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로 사내 소식을 접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직원 3만여 명 중 2만여 명이 설비 구축이나 영업 등으로 회사 바깥에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2. 사내기자와 체인지 리더로 몰입 유도

KT는 또 사보는 홍보팀이 만든다는 틀을 깨고 사내기자 90여 명을 영업, 솔루션 개발 등 각 분야에서 선발했다. 파워 블로거와 전자기기 전문가 등 끼 넘치는 젊은 직원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는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젊은 직원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담당 부서의 안테나가 미치지 못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효과를 발휘했다. 길진세 사내기자는 “내가 쓴 기사를 동료들이 보면서 동료들의 주목을 많이 받고 업무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KT는 과장과 차장급 중에서 ‘체인지 리더’를 선발해 새로운 프로그램이 도입될 때 이를 팀원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맡겼다.

3. 명확한 업무소통

KT 역시 명확한 ‘업무 커뮤니케이션’으로 소통의 질을 높였다.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악화되면 조직원의 관계도 금이 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T는 업무관리 시스템인 ‘위드(WITH)’를 구축했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주고 빠르게 피드백을 해야 직원의 몰입(engagement)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이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누구와 협업해야 하는지를 규정했다. 상급자가 직원이 해야 할 일과 관련해 과제의 목적, 기한, 내용 등을 등록하면 당사자에게 통보된다. 거꾸로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등록하면 상급자는 물론 다른 팀원들도 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황대운 KT 경영홍보 부장은 “부서장의 업무 지시가 명확해졌고, 협업을 할 때에도 자신의 공헌도가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더는 가욋일로 여기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 결론: 커뮤니케이션은 전략 실행의 밑천


삼성화재와 KT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기업의 변화 관리의 수단으로 삼았다. 전략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실행하는 주체인 직원이 동참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미국 클레어몬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회사의 목표가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몰입이 이뤄진다. 이는 직원들이 조직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곧 성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1호(2010년 7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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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 업무 정착? 신임 CEO에게 드리는 편지/ ▼맥킨지 쿼털리


부푼 꿈을 안고 조직의 수장 자리에 오른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이 의욕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때가 많다. 이언 데이비스 전 맥킨지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신임 CEO의 효과적인 업무 정착을 도와주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주 내용은 △새로 맡은 임무의 배경 상황을 자신의 관점이 아니라 주요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확인했는가 △CEO 업무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기간과 목표를 설정했는가 △일정 관리와 시간 할당을 위한 원칙을 세웠는가 △최고위 경영진을 선정하기 위한 절차와 필요 기간을 결정했는가 △회장 및 이사회와의 관계 구축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일 준비를 마쳤는가 △필요한 비서실 및 업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는가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충분히 생각했는가 △객관적 의견 및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는가 △개인 생활 관리를 위한 적절한 원칙을 세웠는가 등이다. ‘예’라는 대답이 적은 CEO일수록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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