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최근 환율, 실물경기와 엇박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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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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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반기 7.2% 성장에도 원화 약세 나타내
엔화는 침체에도 강세… 유로화 투자자금 회귀 탓

[Q] 최근 환율이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 그리고 환율과 경기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돈에는 여러 기능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고 싶은 물건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입니다.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과 2000원짜리 냉커피 사이에는 2배의 가치 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돈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환율이 그 역할을 합니다. 원화와 미국 달러화가 있다고 가정할 때 사람들이 1000원(원화)과 1달러(미국 달러화)를 바꾸고 싶어 한다면 원화의 가치는 미국 달러화의 10분의 1이 되는 것입니다.

경기는 환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입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투자심리가 개선됩니다. 투자가 늘어나면 생산 증가로 이어지고 한국처럼 경제구조가 수출 위주로 된 국가에선 자연스럽게 수출이 늘어납니다. 수출은 국내에서 만든 상품을 외국에 팔고 돈을 받는 거래이니 국내로 들어오는 외화 역시 그만큼 늘어나게 되고 이는 환율 하락(원화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국내에 미국 달러화가 100달러밖에 없었는데 수출이 늘어나면서 100달러가 추가로 들어온다면 국내에서 미국 달러화는 예전보다 흔한 통화가 되고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원화 환율은 한국의 경제상황을 반영해 왔습니다. 1997년 달러당 900원대 후반을 기록했던 환율은 외환위기로 경제가 큰 고통을 겪으면서 두 달 만에 2배 가까운 달러당 1800원대로 치솟은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그렇듯이 환율 역시 반드시 예상대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최근 들어 국제적인 금융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환율이 각 국가의 실물경제 상황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도 종종 발견되곤 합니다. 아무래도 돈을 움직이는 국제투자자들 역시 사람이다 보니 엇갈리는 경제 전망을 내놓을 수도 있고 정보가 부족해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리적인 요인 역시 환율이 경제 상황과 동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화와 엔화 환율이 실물경제 상황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올 상반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7.2%에 이릅니다.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상품수지 흑자 역시 195억 달러로 수출 경기는 그야말로 뜨거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9일 현재 1196원에 불과합니다. 두 달 전 1100원대 초반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오히려 크게 오른 것이지요. 올 초 대부분의 경제기관은 원화 환율이 달러당 1050원 안팎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원화 가치는 그만큼 오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반면 아직 경기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일본 엔화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꾸준히 상승해 9일 현재 88.43엔으로 두 달 전보다 4엔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엔화 환율이 달러당 90엔대 중반으로 오를 것(엔화 가치 하락)이라는 경제기관들의 올 초 전망이 무색하게 엔화의 강세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상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 달러화 다음가는 안전자산이었던 유로화의 가치가 유럽 재정위기로 크게 떨어지면서 유로화에 투자됐던 일본 자금(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탓입니다. 엔화가 계속 강세를 보이자 국내에 투자됐던 일부 자금 역시 덩달아 일본으로 건너가 엔화 강세를 더 부추기고 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유지된 저금리도 원인입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점차 제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제성장률에 비해 낮았던 금리를 올리면서 자국보다 높은 금리를 보고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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