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7월 금융위기설’ 잦아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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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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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채 만기 도래
스페인 대규모 국채발행 성공
달러당 유로 가치 크게 올라

■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무더기 퇴출’ 가능성은 낮아
美-유럽증시서 은행주 상승

■ 속단은 금물
“일부 은행 부실판정” 전망
월말까지 희비반복될수도

7월은 유럽 경제의 분수령이 되는 시점이다. 유럽 각국의 재정적자와 은행 건전성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중요 고비가 될 이벤트가 유난히 많다. 우선 스페인과 그리스 등 재정 위험국들의 국채 만기가 대규모로 예정돼 있고, 이달 말에는 유럽 금융회사들의 미래를 좌우할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결과도 발표될 예정이다.

속단하긴 어렵지만 국채 상환 실패로 인한 국가부도나 대규모 은행권 부실 등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하다.

○ 주목 받는 유럽 은행 건전성 발표

스트레스 테스트는 성장률 하락, 실업률 상승 등 경제에 악재가 이어질 경우 금융사들이 이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5월 미국 금융당국도 19개 금융회사를 상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했었다.

8일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에 따르면 이번 테스트의 대상 금융회사는 모두 91곳이며, 테스트 결과는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는 HSBC,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BNP파리바, 도이체은행 등 유럽 주요 금융회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투자심리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데 따른 고육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씨가 미국에서 옮아온 이래 유럽에서는 동유럽발(發) 금융불안,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유럽 각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유럽 금융회사들은 이제 위기에서 안전하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경제뉴스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유럽은 이번 테스트를 통해 시장의 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테스트 결과가 각국의 의도대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유럽 은행들은 이미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스페인, 그리스 등의 국채를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는 등 상호대출 구조로 얽혀 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최대 10∼20개 은행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유로화 가치도 상승 추세

현재까지는 유럽 은행들이 무더기로 부실 판정을 받아 퇴출되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독일처럼 상대적으로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좋은 국가들은 “이번 테스트는 은행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7일 미국과 유럽 증시에서도 테스트 결과가 걱정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퍼지면서 은행주의 주가가 상승했다.

스페인의 대규모 국채 만기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로 신음하고 있는 스페인은 이달에만 약 250억 유로의 국채가 만기됨에 따라 이를 제대로 상환 또는 연장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스페인은 1일 35억 유로의 5년 만기 국채 발행에 성공한 데 이어 6일 국채 발행 때도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첫 고비를 순조롭게 넘겼다. 이처럼 유럽의 재정적자 위기가 줄어들면서 유로화 가치도 상승해 한 달 전 유로당 1.19달러였던 환율은 8일 1.26달러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까지 금융시장이 작은 재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희비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도이체은행의 분석을 인용해 “스트레스 테스트는 결과에 따라 곤란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유럽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투명한 미래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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