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착한 기업, 지속가능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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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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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8시 반 집 안의 모든 불을 껐다. 세계적으로 함께 진행된 ‘지구촌 불끄기(Earth Hour)’ 행사에 동참했다. 이 행사는 연중 한 시간이라도 전등을 끄고 환경문제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됐다.

행사 공식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국내에선 20개 남짓한 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인터넷회사와 햄버거회사, 보험사, 항공사, 호텔, 백화점 등의 이름이 보였다. 직접 사옥과 매장의 전등을 끄기도 하고 포스터를 배포해 행사를 알리는 활동도 했다. 문득 이들 기업이 무엇을 얻게 될지 궁금해졌다. 활동 내용을 읽으면서도 딱히 해당 회사 제품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대가 없이 비용을 쓰지 않는다. 연말연시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낼 때도 마찬가지다. 드러내지는 않지만 세금을 줄이거나 이름을 언론에 내보내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불끄기 행사에 참여한 기업 역시 환경문제를 생각한다는 점을 부각해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임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를 염두에 뒀을지 모른다. 문제는 이런 활동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경영실적과 별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GE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GE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 가운데 하나다. 실적 순위는 물론이고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도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GE는 최근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과 헬시매지네이션(healthymagination) 등 두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05년 발표된 에코매지네이션은 GE의 친환경 성장전략이다.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GE의 슬로건인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imagination at work)’을 조합한 단어다. 2009년 발표된 헬시매지네이션은 보건의료 문제 해결을 앞세운다.

GE는 정부나 자선단체가 아닌데 사회적 난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기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수익도 내겠다는 전략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실제로 GE는 에코매지네이션을 통해 지난 5년간 750억 달러(약 85조5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개념이 한국에 소개된 지 시간이 꽤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CSR 경영을 어려운 곳을 찾아 김장을 돕고 연탄을 배달하는 식의 사회공헌 활동 정도로 여길 때가 많다.

‘지구촌 불끄기’ 행사 참여자(기업 포함)는 빠르게 늘고 있다. 첫해 220만 명에서 이듬해 5000만 명으로 증가했고 2009년에는 88개국 4000여 도시에서 수억 명이 자발적으로 불을 껐다. 주말 저녁에 불을 끈 채 1시간을 보내는 것은 불편한 경험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참여 인원이 늘고 있는 데 기업은 주목해야 한다. 큰 뜻을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전략과 연계되지 않으면 소극적인 자기만족에 그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선 선행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1878년 설립된 초우량 장수기업 GE의 변신 노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홍석민 산업부 차장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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