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내비게이터]이젠 ‘웰빙이민’시대, 삶의 질 높이려 떠납니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한국해외이주협회 이춘수 회장이 말하는 ‘요즘 이민’


1902년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에서 1960년대 독일의 광부로, 1990년대 미국의 맹모(孟母)에서 2010년에는?

한국해외이주협회 이춘수 회장(보람이주 고문·59·사진)은 “한국 해외 이민의 역사가 4세대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민의 목적이 돈벌이와 자녀교육에서 ‘웰빙’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한국국외이주알선법인협회가 한국해외이주협회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첫 회장을 맡았다. 표준약관 마련 등에 나서며 친목모임 수준이던 협회를 고객에게 신뢰받는 단체로 바꾸는데 애쓰고 있다.

17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이민자는 2004년 2만9638명으로 정점을 나타낸 뒤 2008년 2만여 명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2만2425명으로 다시 늘었다.

이주서비스업계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민자를 고려하면 2000년대 이후 매년 3만 명 선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이민자의 수보다 이민 목적 등 질적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먹고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이민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민 성공의 관건은 부부관계”

이 회장은 캐나다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후 1984년 현지에서 이민서비스업을 시작했다. 올해로 26년째. 국내 이민업계에서 고참이다. 그 동안 수많은 이민을 진행했고 다양한 사례를 지켜봤다.

그는 이민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요소로 부부관계를 첫 손에 꼽았다.

이 회장은 “이민 초기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부부간 다툼이 있기 마련이고, 이 때 가족간 소통과 이해가 원만하지 못하면 이민에 실패한다.”고 말했다.

남편이 아내에게 폭언을 퍼붓는 모습을 보고 자녀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그렇게 하도록 교육하는 까닭이다.

그는 북미지역으로 이민을 간다면 특히 가족간 대화, 여성 존중, 부부 공동 취미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회장이 부부가 서로 떨어져 살게 되는 ‘기러기 이민’을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어 > 돈 > 실력’

한국생활에 비해 적은 돈으로 풍족한 은퇴 이민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식으로 현지에서 살려면 돈이 훨씬 더 들 수도 있다. 자신의 재산과 사회적 영향력을 함께 고려해 한국에서의 생활과 이민을 놓고 따져보라는 얘기다.

그는 풍족한 은퇴 이민의 조건으로 저축, 고정수입, 연금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 치과 의사를 하다 캐나다에서 슈퍼마켓 운영으로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에서 사회적 위치나 능력은 완전히 잊어버려야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다.

이민자에게는 한국에서의 경험과 실력보다는 재력이 중요하고, 재력보다는 언어가 더 중요하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 주요국의 이민정책 변화 꼼꼼히 살펴야

미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은 최근 이민 요건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강화하고 있다.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민법을 강화해 한국인 이민 신청자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반면 미국의 투자이민은 2005년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이 회장은 한국해외이주협회의 정기 이주 박람회나 회원사들의 세미나 등을 이용하면 여러 국가의 최근 이민 정보를 알기 쉽다고 소개했다.

이민은 수속부터 세금, 현지 제도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하므로 경험을 갖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는 “비교적 규모가 크고 경험이 많은 이주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는 게 좋다”며 “협회 차원에서 이민업계 정화운동을 펼치고 있으므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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