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 내건 공공기관, 겉은 요란 속은 그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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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감사 적발 사례>
○ 임차보증금 횡령
○ 축구수강료 꿀꺽
○ 건보환급금 착복
○ 시공업체서 금품
○ 근무지 무단이탈


정부가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의 자체 감사 결과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들이 15일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인 ‘알리오’에 자체 감사 결과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임직원의 근무 태만은 물론이고 횡령과 부당한 금품 수수까지 다양한 비리 사례가 드러났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산하 기관인 한국체육산업개발을 정기 감사한 결과 분당스포츠센터 입점 상가에서 납부하는 임차보증금 임차료 및 관리비를 공단 수입으로 처리하지 않고 담당자가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의 직영사업장인 올팍축구장 매니저는 지난해 2월 27일부터 7월 4일까지 회원들이 현금으로 결제한 축구교실 수강료 7464만 원 중 5347만 원을 횡령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직원은 허위로 조작한 금액을 환급금으로 등록해 지인이 관리하는 차명계좌로 입금하는 방법 등으로 1억9000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변상조치 및 징계를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승강기 유지 관리 및 안전점검 업무 담당자는 승강기 보수공사 관련 정보를 시공업체 등에 미리 알려주고 그 대가로 8차례에 걸쳐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업무 태만으로 인한 임직원의 징계 사례도 많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8월 북한 댐의 무단방류로 댐 하류의 임진강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관련 직원을 징계했다. 조사 결과 임진강건설단의 홍수예경보시설 운영담당자는 경보국 통신망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던 것을 방치했으며 건설단의 당직자들은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고 당직전화를 받지 않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부 감사에서 이 정도 수준인데 감사원 등 외부 감사가 실시되면 더 많은 비리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며 “국민이 공공기관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곱지 않은 만큼 올해 내부 감사 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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