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기자의 쫄깃한 IT]‘디지털 스와프’족이 명심해야 할 3대 덕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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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전자제품이 매년 한 번, 그것도 정해진 시기에 등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MP3플레이어,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디지털카메라 등 수많은 전자제품은 수시로 등장해 우리를 유혹합니다. ‘티저 광고’다, ‘체험마케팅’이다 해서 발매 전에 소비자의 애간장을 태우는 전략도 기업엔 어느덧 필수가 됐죠. 갈수록 전자제품 사용주기는 짧아지는 듯합니다.

부자가 아닌 이상 그 많은 제품을 모두 새로 살 수는 없는 법이죠. 그래서 인터넷 중고시장에는 헌 제품을 팔고 새 제품을 사려는 이른바 ‘디지털 스와프’족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쓰던 중고제품을 싼 값에 처분하고 거기에 돈을 조금 보태 새 제품을 삽니다. ‘헝그리 어답터’로 불리긴 하지만 돈을 얼마 안 들여 새 제품을 샀다는 뿌듯함이 있죠. 이들이 많이 모이는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는 회원이 5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저도 올해 초 디지털 스와프족 체험을 해봤습니다. 가장 안전하다는 ‘직거래’를 하기 위해 직접 길에서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직업도, 나이도, 생김새도 다양한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다 보니 자연스레 디지털 스와프족이 갖춰야 할 덕목이 떠올랐습니다.

①‘아랫입술 깨물기’=디지털 스와프족의 1차 목표는 쓰던 물건을 파는 겁니다. 구매 희망자 가운데에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힘들게 약속시간을 잡아 만나도 순순히 물건을 사는 일이 없습니다. 제가 만난 한 여성은 집이 멀다며 자신에게 가까운 쪽으로 약속 장소를 잡더니 “글에 첨부된 사진과 다르다” “중국산이 아니냐”며 딴죽을 ‘콤보’로 걸더군요. 디지털 스와프족은 이럴 때라도 철저히 ‘을’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힘껏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물고 상냥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수중에 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②‘게시글 삭제하기’=한번은 게시판에 판매 글을 올렸는데 한참이 지나도 사겠다는 e메일이 안 오더군요.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글에 “용산 가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제품 왜 이렇게 닳았냐”는 식의 악성댓글을 달며 훼방을 놓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본인이 사고 싶은데 이런 저런 이유로 살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고 흥분해서 댓글을 달면 오히려 분위기만 안 좋아집니다. 조용히 글을 삭제했다가 다시 올리면 됩니다. 게시글 ‘업데이트’라는 명목에서죠.

③‘쇼핑백 담기’=중고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상태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제품 케이스나 USB케이블 등이 있으면 값이 올라갑니다. 그렇다고 케이스 없는 제품을 있다고 속여 팔 수는 없는 일이죠. 이때 필요한 것은 바로 해당 제품 회사의 쇼핑백.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디지털액자를 팔 때는 삼성전자 로고가 적힌 쇼핑백에 담아 가면 좋은 대접을 받죠. 뭐라도 하나 더 해줘야 하는 게 바로 디지털 스와프족의 덕목입니다. 애프터서비스도 필수입니다. “잘 쓰세요” 식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괜찮은 이성이라면 “잘 쓰고 계세요? 한번 만나서 사용법 가르쳐 드릴게요”라는 안부문자 가볍게 날리는 센스도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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