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자기소개서 만들기]재무분야 지원한 K 씨의 자기소개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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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동아경제 취업&창업 ‘A+자기소개서 만들기’의 주인공은 재무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K 씨(26·여)다.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 경영학과 졸업을 앞둔 K 씨는 대학 시절 배낭여행과 국토종단에 나설 만큼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 토익점수는 900점을 웃돌고 전산회계 1급 자격증, 2급 중등 정교사 자격증을 비롯해 각종 컴퓨터 관련 자격증 등도 미리 따 놓았다. 지난해 졸업을 늦추고 6개월간 행정인턴을 한 데 이어 대기업 회계팀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린 아르바이트도 했다. 주위에선 이런 K 씨를 ‘알파 걸’이라 치켜세웠지만 정작 취업전선에서는 그를 받아주는 회사가 없었다. K 씨의 자기소개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취업포털 커리어 경력개발연구소 고진선 컨설턴트가 K 씨와 같은 재무분야 구직자들을 위한 자기소개서 조언을 했다.
[재무분야 지원한 K 씨의 자기소개서]


#성장 과정

학창시절 한 달간 대한민국 곳곳을 누비는 국토종단 캠프에 참가했습니다. 혼자 힘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일본 배낭여행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일본 여행 귀국길에서 사촌언니에게 빌린 휴대전화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촉박한 출국시간과 사촌언니의 공항도착 시간이 엇갈려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 뻔했습니다. 서툰 일본어 실력이었지만 공항 직원에게 차근차근 사정을 설명한 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입사 후에도 다양한 위기 속에서 귀사의 재무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성격의 장단점

문제를 해결할 때 감정적이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대합니다. 배낭여행 때 이런 성격은 빛을 발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예산으로는 예정대로 여행 일정을 끝내기에 턱없이 부족했지만 꼼꼼히 세부 일정을 짜고 예산을 기획해 여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기업의 재무업무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꼼꼼한 제 성격은 재무 업무에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여러 상황을 모두 고려하다 판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단점은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처한 문제에 대한 조언을 받아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회활동 경험
캐나다 어학연수 당시 홈스테이 아주머니와 가깝게 지내며 인근 지역 주민들과도 어울릴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현지에서 사귄 친구들과 인근 대학도 견학하고 여행을 다니며 서툰 영어실력이지만 자신 있게 의사를 표현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2007년에는 현대자동차 회계팀에서 회계전표관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대학 4학년 때 교생으로 상업고교에서 원가회계를 가르쳤습니다. 원가회계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의 흥미를 북돋우기 위해 원가의 3요소인 재료비, 노무비, 제조경비를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빗대 설명했습니다.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을 보고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추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원동기 및 입사 후 포부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투명한 경영관리에 대한 재무담당자의 책임감이 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에서 대학 전공과 근로복지공단, 자산운용협회 등에서 얻은 경험 등을 살려 위험요소를 감시하고 빠른 문제 해결능력을 보여주는 재무인력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입사 후에는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영어회화 공부를 꾸준히 하는 동시에 IFRS 도입에 맞춰 회계공부를 하겠습니다. 입사 5년 후에는 항상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후배들을 이끄는 인재가 되겠습니다. 15년 후에는 최고 재무관리자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채용전문가의 조언


입사직후-5년후 등으로 ‘포부 세분화’ 돋보여
지원회사와의 연계고리 없는 점 아쉬운 대목


재무 업무에 필요한 자질은 수리 능력과 정확성, 그리고 문제분석 및 해결능력을 꼽을 수 있다. 여러 부서와 협업할 일이 많다 보니 상대방과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재무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잘 살펴본 후 본인이 갖고 있는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필요한 사례만 골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면 훨씬 돋보이는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다.

K 씨가 작성한 자기소개서에는 재무분야에 지원하는 구직자라는 점을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의 상당 부분을 배낭여행에 할애한 점은 아쉽다. 고교생들에게 원가회계를 가르쳤던 경험을 더 살렸다면 좋았을 것이다. 경력 구직자에 비해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는 신입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가장 많이 선택하는 에피소드가 어학연수와 배낭여행이다. 물론 대학시절 이런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지만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원동기에서도 IFRS 도입에 맞춰 회계지식을 더 쌓겠다고 구체적인 포부를 적은 것은 좋다. 하지만 영어회화는 어느 직무에나 필요한 역량인데 이 점을 장황하게 쓸 필요는 없다. 자신의 포부를 입사 직후와 5년 후, 15년 후로 나눠 적은 것은 좋은 시도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에 나온 포부는 ‘K 씨만의 포부’일 뿐 지원회사의 포부와는 연계 고리가 없다. 회사와 본인의 성장을 함께 연관시켜 적을 필요가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전문가 조언을 원하는 구직자는 e메일(wiseweb@donga.com이나 donga@career.co.kr)로 본인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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