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리 보증수표’ 商議 인력개발원
교육과정 70% 실무에 집중
현장 적응력 높아 기업서 선호
대학중퇴 이상 비율 7년새 5배로
기숙사-식비 무료… 매달 20만 원 수당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에서 교육생들이 기술 교육을 받고 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대학을 졸업하거나 자퇴하고 이 기관을 찾는 교육생이 늘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황선묵 씨(45)는 지난해 12월부터 경기 화성시의 한 중견 디스플레이장비 제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업할 때와 비교하면 많은 급여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는 ‘고정 수입’과 ‘안정된 직장’이라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황 씨는 “관련 분야 실무 경험이 없는 ‘초보 기술자’ 치고는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학 학습기기를 수입,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하다 2000년대 중반 실패를 맛봤다. 회사를 접고 2006년부터 신용대출 회사에서 영업 사원으로 일했지만 영업직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하반기에 그가 다니던 지점이 문을 닫았다. 다른 지점으로 옮길까 하다 아예 직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수소문 끝에 지난해 3월 1년 과정인 대한상공회의소 충북인력개발원 전기시스템제어학과에 입학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독학사 자격증을 딸 만큼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 전공 선택의 이유였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새 직장을 얻은 그는 “40대 중반에 새로운 것을 배우려니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어린 학생들과의 생활이 자신감을 줬다”며 활짝 웃었다.
나란히 4년제 지방대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김덕원, 덕용 씨(25) 쌍둥이 형제는 제대 후 학교를 자퇴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선배들을 보며 아예 기술을 배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 대한상의 강원인력개발원에서 2년간 기계 다루는 법을 익힌 이들은 ‘기계조립산업기사’ ‘기계설계제도사’ ‘전산응용기계제도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따냈다. 형 덕원 씨는 지난해 말, 동생 덕용 씨는 올해 초 경북 구미시의 LG디스플레이에 입사했다. 취업이 우선이라면 굳이 대학에 얽매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희망’은 ‘기술’에 있었다. 청년 취업과 재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지만 1994년부터 대한상의 인력개발원은 올해까지 16년째 매년 90%가 넘는 순취업률(군 입대 등을 제외한 취업희망자 가운데 취업률)을 보여 눈길을 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94∼98%를 기록했다. 요즘 일반 대학들의 순취업률이 50% 안팎인 데 비하면 아주 높은 편이다. 대한상의는 경기도와 부산 인천 등 전국 8개 지역에 지방 인력개발원을 두고 기계 전기 전자 건설 등 15개 분야에서 매년 2000명 가까운 기술 인력을 교육해 배출하고 있다.
올해도 2월 졸업을 한 달 앞두고 취업을 희망하는 교육생 가운데 이미 92%가 취업에 성공했다.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 서정인 과장은 “전체 교육의 70%가량이 실무 교육에 집중돼 있다”며 “현장 적응력이 높아 기업들이 인력개발원 수료생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2년 과정은 고졸 이상, 1년 이하 과정은 학력 제한이 없는 응시 요강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졸자 또는 대학 중퇴생이 전체 교육생의 41.4%나 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전문학사 학위도 인정받을 수 있어 굳이 대학 학위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교육비와 교재비는 물론이고 기숙사비와 식비도 모두 국비로 지원되는 등 개인 부담이 전혀 없는 것도 장점이다. 매달 20만 원씩의 훈련 수당도 나온다.
대한상의 인력개발원은 다음 달 23일까지 2010년도 신입 교육생을 모집한다. 2년 과정 1089명, 1년 과정 763명, 6개월 과정 32명 등이다. 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결정한다. 지난해에는 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 홈페이지(www.korchamhrd.net) 또는 02-6050-3914로 문의하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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