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만개 中企서 1700명만 정규직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0일 03시 00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면 세금 깎아준다고 했는데…

1명당 30만원씩 세액공제 혜택… 지난해 총 공제액 5억원에 그쳐
세제 통한 고용지원 효과 의문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기업이 내야 할 세금에서 1명당 30만 원씩 공제해 주는 제도가 시행됐지만 지난해 공제액은 5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97만 개 중소기업에서 세액공제 혜택 덕택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이 1700명밖에 안 되는 셈이어서 세제 지원을 통한 고용지원책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1일 처음으로 열릴 예정인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앞두고 기획재정부가 중소기업 고용 지원을 위해 도입했던 조세특례제도의 효과를 점검한 결과 세제 혜택과 고용 증가의 연관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에 따라 정부가 2009년에 깎아준 세금은 법인세 4억 원과 사업소득세 1억 원 등 5억 원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1만 곳당 6명꼴로 정규직 전환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것이다. 이마저도 중소기업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직원과 정규직 계약을 맺었다는 증거는 없다.

실제 중소기업이 계약기간 2년이 지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다. 노동부 조사 결과 지난해 7월에만 계약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 직원의 36.8%(7276명)가 정규직으로 바뀌었다. 연간 수만 명이 정규직원이 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중소기업 대부분은 특례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의 영세사업장이어서 세액공제 신청이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세제 혜택이 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거의 내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세특례제도는 2008년 도입된 뒤 일몰조항에 따라 2년 동안만 적용되다가 작년 말 폐지됐다. 폐지 당시 일부 사회단체와 국회의원들은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효과는 극히 미미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고용전략회의 때 세제를 통한 고용대책을 어느 정도로 추진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중소기업이 정규직을 늘리거나 신규 채용을 할 때 세금 감면이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분석에서 입증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의 한 출판회사는 지난해 비정규직 12명의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법을 어기면서까지 비정규직으로 다시 계약했다. 정규직으로 돌리려면 1인당 연간 약 300만 원의 인건비가 더 드는데 30만 원의 세액 공제로는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용대책의 무게중심을 중소기업에 두려는 정책의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인원의 88%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현실 때문에 중소기업 대책을 내놓았지만 고용창출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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