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검사내용 유출, 경영진 책임 묻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금감원, 수사의뢰 등 법적 조치 검토
국민銀 자체조사… 부장급 직위해제
“강정원 행장 겨냥 아니냐” 논란 가열

지난해 12월 16∼23일 금융감독원이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에 대해 실시한 사전검사 내용이 유출되면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사퇴와 관련한 ‘관치(官治) 금융’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금감원은 사전검사 내용 유출을 검사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5일 “국민은행이 작성한 사전검사 관련 자료가 유출된 것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진상을 밝혀 이번 사건이 경영진과 관련이 있으면 경영진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날 자체 조사를 벌여 문서를 유출한 것으로 지목된 부장급 간부를 직위 해제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 사전검사를 실시할 때 국민은행은 내부적으로 날짜별 요구 자료, 검사 내용, 검사 담당자 명단 등이 담긴 ‘금감원 조사 수검(受檢)일보’를 만들었다. 금감원은 A4용지 7장짜리 이 자료가 최근 정치권을 통해 언론에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자료 유출은 금감원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검사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검사 업무의 독립성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은행법 등 관련 법령을 검토한 뒤 결과에 따라 수사의뢰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직원이 금감원 검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했을 때는 최고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과태료가 부과된 적은 없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관련 문건은 L 부장이 노조 부위원장에게 전달했고, 노조 내에서 공유되다가 국민은행 직원이 아닌 노조가 고용한 사람이 정치권에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한편 사전검사 내용이 공개되면서 KB금융 내부에서는 당시 검사가 강 행장과 일부 사외이사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 분명해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검일보에 따르면 검사 첫날인 지난해 12월 16일 금감원은 2008년 강 행장의 주도로 국민은행이 투자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거액여신 명세표와 대출이 부실화될 개연성이 있는 고정이하 여신 업체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둘째 날인 17일에는 조담 KB금융 이사회 의장이 교수로 재직 중인 전남대의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진학한 KB금융 직원의 명단을 제출받았다. 조 의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KB금융 직원들을 입학시켰는지 조사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 금감원은 강 행장의 운전사 2명을 두 차례에 걸쳐 2시간 45분 동안 조사했다. 다음 날엔 운전사가 면담에 늦은 것에 대한 경위서를 받았으며 차량 운행일지, 주유카드 집행실적 자료를 제출받았다.

21일에는 업무용 컴퓨터 7대에 담긴 자료를 제출받고 자료를 받지 못한 6대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봉인했다. 또 KB창투가 투자한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와 관련해 영화 표 구매 관련 의혹을 조사했다.

수검일지의 내용에 대해 금감원 측은 “종합검사 중이기 때문에 유출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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