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크로스플랫폼’ 공개, LG는 ‘스마트 전략’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8일 03시 00분


세계최대 전자박람회 美 ‘CES 2010’ 개막
국내외 기자 1000명 몰려 관심… 발머, MS 검색엔진 ‘빙’ 소개도

《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과 언론사 대상 행사인 ‘프레스 데이’를 시작으로 세계 최대의 전자박람회인 ‘CES 2010’이 막을 올렸다. 이날 눈길을 끈 건 한국 전자업체의 높아진 위상이었다. 행사 첫 순서로 시작된 LG전자의 기자회견장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 수백 명이 모여 관심을 보였다. 오후에 열린 삼성전자 기자회견은 1000명이 넘는 기자가 참석해 서 있을 자리마저 부족할 정도였다.》

이처럼 한국 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이들이 지난해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냈을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전자업체와는 거리가 있었던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자제품은 잘 만들지만 이 전자제품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에는 약해 ‘소프트웨어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두 업체는 이번 CES에서 이런 비판에 맞설 새로운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 한국 기업도 소프트웨어로 간다

이날 삼성전자는 ‘슈렉’ ‘쿵푸팬더’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드림웍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삼성전자의 3차원(3D) 입체영상 TV에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기 위한 시도였다. 삼성전자는 이런 콘텐츠를 TV뿐 아니라 휴대전화와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서 모두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기술도 함께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를 ‘크로스 플랫폼’ 전략이라고 불렀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파는 ‘삼성앱스’라는 온라인 판매사이트도 조만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 또한 이날 삼성전자의 크로스 플랫폼 전략과 유사한 방식을 선보였다. 이른바 ‘스마트 전략’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TV 등 모든 전자제품이 통신 기능을 갖춰 ‘똑똑한 전자기기’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화질을 더 좋게 만들거나 디자인을 좀 개선한다고 제품이 경쟁력을 갖는 시대는 지났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스마트TV의 초기 모델인 ‘브로드밴드TV’를 선보였다. 초고속인터넷이 연결된 TV가 집 주변의 날씨를 검색해 알려주고 인터넷전화(VoIP)도 하는 기술이다. 이 TV는 휴대전화, 컴퓨터,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 등과 콘텐츠를 서로 주고받는다.

○ 압도적 1등이 없는 ‘전자 월드컵’

이날 저녁 라스베이거스 힐턴호텔에서 열린 CES 기조연설에서 CES의 주관사 CEA의 게리 샤피로 대표는 “CES는 세계의 정보기술(IT) 업계가 모두 참가하는 IT 월드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CES는 최근 월드컵의 양상과 비슷했다. 세계 각국의 축구선수가 유럽 유명 리그에서 활약하면서 영원한 우승 후보가 사라지고 이변이 속출하는 현상이 전자업계에도 나타난 셈이다.

예를 들어 처음 전자제품과 소프트웨어 사이의 경계를 허문 건 애플이었다.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애플은 MP3플레이어인 ‘아이팟’과 휴대전화 ‘아이폰’으로 전자업체의 영역에 진출한 뒤 ‘아이튠스 스토어’라는 온라인 판매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기업과 콘텐츠 업체의 영역에 도전했다. 그리고 그 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곧 경쟁자들이 따라붙었다. 이날 삼성전자와 드림웍스의 제휴는 애플이 아이튠스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동영상을 팔기 시작하면서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등과 제휴했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또 이런 콘텐츠를 TV만이 아닌 휴대전화와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서 모두 즐기게 했다는 점에서 보유한 전자제품의 종류가 적은 애플을 능가하는 장점도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삼성앱스 또한 애플의 아이튠스 스토어와 비슷한 개념이다.

구글도 휴대전화를 만들며 애플의 ‘아이폰’과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다. 직접 휴대전화 공장을 짓는 대신 대만 제조업체를 이용하고, 소프트웨어에서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이 그렇다. 발머 CEO도 이날 기조연설의 상당 시간을 ‘빙’이라는 MS가 만든 검색엔진을 소개하는 데 사용했다. 거리 풍경까지 검색하는 빙의 기능은 구글의 ‘스트리트뷰’와 비슷하지만 결과는 더 뛰어났다.

LG전자는 구글과 애플의 혁신에서 시사점을 얻었다. 외부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개방형 기업 문화가 이런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LG전자는 올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을 크게 늘리고,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할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