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백화점 ‘착한 조명’이 반기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부산 롯데百 광복점 친환경 조명 실험

GE라이팅코리아가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설치한 ‘울트라’(위)는 소모 전력을 기존 조명의 절반으로 줄였다. 아래는 백화점 옥상에서 본 부산 야경. 오른쪽 영도대교에는 전력 소모를 줄인 새로운 가로등 ‘크룩스’가 설치됐다. 멀리서 보면 왼쪽 부산대교 가로등보다 어둡지만 실제 그 아래는 더 밝아 사물을 쉽게 알아볼 수 있고 소모되는 전력도 적다. 사진 제공 GE라이팅코리아
GE라이팅코리아가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설치한 ‘울트라’(위)는 소모 전력을 기존 조명의 절반으로 줄였다. 아래는 백화점 옥상에서 본 부산 야경. 오른쪽 영도대교에는 전력 소모를 줄인 새로운 가로등 ‘크룩스’가 설치됐다. 멀리서 보면 왼쪽 부산대교 가로등보다 어둡지만 실제 그 아래는 더 밝아 사물을 쉽게 알아볼 수 있고 소모되는 전력도 적다. 사진 제공 GE라이팅코리아
매장에 저전력 ‘울트라’ 조명
하루 전기료 920만→450만원, 35평 900가구 전력 아끼는 셈

백화점 앞에도 친환경 가로등
전국 25개 대도시 바꿔달면 원전 1기 발전량 절약 가능


백화점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조명을 휘황찬란하게 달아놓은 탓에 백화점 한 곳이 조명을 밝히는 데 내는 전기료가 하루 1000만 원에 이를 정도다. 그런데 친(親)환경 조명을 써서 전기료를 절반으로 낮춘 곳이 있다. 17일 부산 중구 중앙동에서 개점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이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세계적인 조명업체인 ‘GE라이팅’의 조명인 ‘울트라’를 썼다. 이곳에 공급된 울트라는 모두 1만8000개로 단일 회사가 한 건물에 공급한 것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세계 최초로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이 GE를 세워 130년간 쌓은 노하우를 광복점에 응축했다. 김기정 GE라이팅코리아 사장은 “조명은 국내 전력 소모량의 20%가량을 차지한다”며 “조명만 바꿔도 상당량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햇빛에 가까운 조명으로 전력 소모 절반으로

울트라 조명의 소모 전력은 35W로 기존 백화점 조명(70W)의 절반 수준이다. 광복점이 조명에 쓰는 전기료는 하루 450만 원으로 기존 조명(920만 원)의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이렇게 해서 한 달간 절감되는 전력량은 22만6800kWh로 35평형 아파트(4인 가구 기준) 907가구가 소모하는 것과 맞먹는다. 조명을 밝히는 데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하루 6.4t에서 3.2t으로 줄었다. 울트라 조명은 일반 조명보다 15% 비싸지만 전기료 절감 효과 때문에 1년이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21일 방문한 광복점은 매장 분위기가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다른 백화점들이 대개 붐비고 산만해 보이는 것과 달랐다. 기존의 백화점 조명에 비해 울트라는 최대한 햇빛에 가까운 빛을 내기 때문에 피로가 덜 느껴진다. 사물 본연의 색깔을 구현하는 정도를 뜻하는 ‘연색(然色)지수’는 울트라가 90으로 햇빛(100)과 큰 차이가 없다. 기존 조명의 연색지수는 70∼80이다.

광복점의 조명은 색의 왜곡 현상을 거의 없애고 상품의 자연색을 편안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이런 효과는 의류 매장이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백화점 내 빈폴 매장의 강덕용 매니저는 “고객들은 백화점의 조명이 아니라 바깥에서 자신이 옷을 입었을 때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데 울트라 조명은 이러한 고객들의 욕구를 잘 반영한다”고 말했다.

○ 전국 25개 도시, 친환경 가로등으로 바꾸면 원자력발전소 1기 필요 없어

광복점 앞 왕복 8차로에는 GE의 친환경 가로등인 ‘크룩스’가 설치됐다. 광복점의 옥상에서 봤을 때 기존의 가로등(나트륨 가로등)은 노란빛으로 화려하게 보였지만 크룩스는 흰색이고 어두침침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직접 가로등 밑에 서 보니 확연히 달랐다. 크룩스의 밝기가 기존 가로등보다 더 밝았다. 기존 가로등의 밝기는 W당 76루멘이지만 크룩스는 W당 100루멘이다.

크룩스는 기존의 나트륨 가로등에 비해 빛의 분산이 덜하고 필요한 방향인 도로 밑에만 빛을 비춘다. 도심의 ‘빛 공해’ 현상을 없애 별도 볼 수 있을 정도다. 더욱이 눈부심이 덜해 운전자가 사물을 빨리 식별할 수 있다. 운전자의 반응 속도가 기존 가로등보다 20%가량 빨라진다.

크룩스의 소모 전력도 250W로 기존의 가로등(400W)보다 적다. GE라이팅코리아는 서울 등 전국 25개 주요 도시의 가로등을 모두 크룩스로 바꿨을 때 연간 49만7000MWh의 전력량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량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크룩스는 일반 조명보다 20% 비싸지만 전기료가 적어서 2년 6개월이 지나면 그 비용이 회수된다.

부산=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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