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릴레이 행운편지 보낸 아름다운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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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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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삼성전기 사장
임원들에 ‘행운’ e메일
일주일새 타사까지 전파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군요’ ‘훈훈하네요’ ‘ㅋㅋㅋ 사장님 완죠니 죠앙(완전 좋아)∼’ ‘이게 언젠가 우리 회사 사장님한테도 갈까요’ ‘과연 이 메일이 어디까지 갈지 봅시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한 통의 ‘행운의 편지’가 화제입니다. ‘이 편지를 ○시간 안에 ○명의 사람에게 전하라. 그러면 행운을 얻을 것이다’류의 행운의 편지는 흔히 인터넷상에서 ‘스팸메일’로 간주돼 차단되거나 휴지통에 버려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 편지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삼성을 비롯해 아시아나, SK, 두산, 현대 등 국내 주요 기업 직원들 사이에 급속히 전파되고 있으니까요. 왜냐고요? 이 편지를 시작한 주인공이 바로 삼성전기 박종우 사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달 4일 박 사장은 삼성전기 임원들에게 ‘행운을 전달하세요’라는 제목으로 한 통의 e메일을 보냈습니다. 박 사장은 이 글에서 “12월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 벌써 1년이 다 갔구나 생각이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른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새 희망의 날이 점차 다가오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 다른 사람에게 행운을 전달해 봅시다. 이렇게 해서 행운이 올지 안 올진 모르지만 적어도 남에게 행운을 전달하는 기분은 좋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박 사장이 임원들에게 보낸 이 편지는 이날 채 3시간도 안돼 수석, 선임, 대리 등 삼성전기 내 일반 직원들에게 퍼졌습니다. 행운의 편지 그 자체보다도 이 편지의 최초 발신인이 ‘사장님’이란 사실에 놀라고 재밌어한 직원이 많았기 때문이죠. 사흘 뒤 이 편지는 삼성LED, 삼성중공업, 삼성SDS 등 다른 계열사로도 이어집니다. 급기야 일주일 뒤에는 액센츄어코리아, 아시아나항공, SK텔레콤, SK에너지, 두산, 현대중공업 등 다른 기업에까지 전달되죠. 이런 전달 이력은 직원들이 박 사장의 첫 글을 지우지 않으려고 ‘전달’ 기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지워지지 않고 e메일 안에 고스란히 담기게 됐습니다. 16일 현재 제가 받은 이 e메일은 스크롤바를 한참 내려야 첫 글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긴 꼬리를 자랑하네요.

연말 직장인들에게 작지만 즐거운 이벤트를 선사하는 행운의 편지, 어쩌면 이 편지는 벌써 꽤 많은 사람에게 행운을 전해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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