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2009 결산] 소비자 다독이고 기업엔 응원가… 정부실책엔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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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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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속 ‘가족 마케팅’ 조명
‘1등 中企의 열정’ 생생 전달
독자들과 차 한잔 나누듯
한국경제 풍경 80건에 담아

2009년 한 해 동아일보 산업부와 경제부 기자들은 ‘경제카페’ 코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카페에 앉아 독자 여러분과 차 한잔을 마시는 기분으로 취재 현장의 뒷이야기를 전하고 기업과 정부의 부족한 점을 날카롭게 꼬집으려 했습니다. 올해 총 80여 건의 경제카페가 담아낸 한국 경제의 풍경을 정리해 봅니다.

○ 불황 속 ‘소비자 마음 읽기’

올해에는 지난해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로 소비자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은 궁리를 다 했습니다. 1월에는 이런 내용을 다룬 경제카페가 많았습니다.

1월 12일에는 올해 ‘불황형 비즈니스’가 뜰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저가형, 절약형 상품을 찾는 소비 패턴이 뚜렷해지고 기업들이 확장보다 생존에 비중을 둔 경영활동을 펼칠 것이란 내용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불황이라고 무조건 값싼 물건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1월 13일자)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원티즘(wantism·갖고 싶은가)’에서 ‘니디즘(needism·필요한가)’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었죠. 단순히 값싼 물건이 아니라 적당히 저렴하면서도 오래 두고 쓸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차갑게 얼어붙은 소비자의 마음을 녹일 열쇠는 역시 가족이라며 ‘가족 마케팅’(1월 14일자)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경기침체 소식에 마음까지 움츠러들자 삼성생명 SK텔레콤 등이 가족을 활용한 광고를 내놓는다는 소식이었지요.

○ 불황이라 더욱 빛나는 기업의 활약

크고 작은 기업들의 활약상을 담은 경제카페는 불황기에 우리에게 더욱 따뜻함을 주었습니다. 20년에 걸친 노력으로 납품을 따낸 ‘1등 중소기업의 열정’(3월 12일자)은 유난히 힘든 한 해를 시작한 다른 기업들엔 응원가였습니다. 20년간 대기업에서 퇴짜를 맞은 회사가 다시 도전해 성공했다는 기사를 보며 다른 중소기업인들은 자신의 일처럼 뿌듯해했습니다.

시중의 뭉칫돈 수조 원이 기아자동차의 주식인수권부사채(BW)에 몰렸다는 소식(3월 19일자)은 시장에 희망적인 시그널을 줬습니다. 기아차의 BW 발행 성공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투자자들이 투자 전망을 밝게 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요.

‘감성 경영’이 빛났던 최고경영자(CEO)도 많았습니다. 연말에 화제가 됐던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의 행운의 편지(12월 18일자)가 대표적입니다. 다들 추운 겨울 날씨만큼 마음이 얼어붙은 가운데 이 편지가 다른 기업 임직원들에게까지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했습니다.

○ 정부와 기업에 대한 비판

‘비판’은 언제나 경제카페의 단골 메뉴입니다. 올해의 첫 경제카페도 비판으로 시작됐습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서민 생활을 보호하겠다는 정부가 의욕만 앞서 예산도 없이 일단 아이디어 차원의 정책을 업무계획에 끼워넣고 본다는 지적(1월 8일자)이었습니다.

겉으로 임금 동결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수당을 두둑이 챙기는 은행들의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1월 17일)도 도마에 올랐고 기존 직원의 고통 분담 없이 애꿎은 신입사원의 초임만 줄이려는 공기업의 행태(8월 20일)도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최근 겉으로는 급성장했지만 국제 모터쇼에서는 상대적으로 초라했던 현대·기아자동차의 모습(9월 18일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노력이 현장 곳곳에서 이뤄지기를 바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동통신업계에서 불거진 경쟁사 간 입씨름(10월 23일)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KT와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도 이제 서비스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면 경쟁사를 향한 ‘마이너스 경쟁’을 멈추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충고였습니다.

‘대기업슈퍼마켓(SSM)의 동네 슈퍼마켓 습격’은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이슈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스마트 숍’ 육성책을 비판한 목소리(10월 12일자)도 나왔습니다. 스마트 숍 육성책이 계획 단계부터 오락가락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었습니다.

임시투자 세액공제 제도 폐지에 대한 산업계의 비판적 시각(10월 27일)도 소개됐습니다. 이 제도가 폐지되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리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었지요.

내·외국인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서울 그랜드 세일’ 행사가 초라하게 끝났다는 보도에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12월 5일자)도 있었습니다. 해외 홍보에서 자사의 역할을 강조하던 한국관광공사가 세일 결과에 대해서는 발뺌하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었죠.

내년에도 경제카페가 경제와 산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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