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절벽서 잡은 희망가게… 어느덧 50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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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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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아름다운세상기금’ 지원 사업 활짝

어려운 여성가정에 창업 기회 제공
자립 성공 이야기 책 출판기념회도

최근 개점한 한 희망가게 개업식에서 기념 현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왼쪽)와 박상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사진 제공 아모레퍼시픽
최근 개점한 한 희망가게 개업식에서 기념 현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왼쪽)와 박상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사진 제공 아모레퍼시픽
“남의 집에서 일할 땐 지친 마음뿐이었지만 이젠 아무리 늦게 끝나도 보람이라는 걸 느껴요, 제 가게잖아요.(웃음)”

2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희망가게 50호’의 주인공 김순옥(가명) 씨의 얼굴은 활기로 빛나고 있었다. 이혼 후 한창 엄마 손이 필요한 초등학생 아들과 딸을 집에 두고 분식집 일용직으로 하루 10여 시간씩 일하던 시절에는 늘어나는 빛과 생계비 걱정으로 밤잠을 설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젠 그에게도 ‘작은 분식점이지만 언젠가는 체인점으로 키우고 싶다’란 꿈이 생겼다. 가게 위치는 경기 용인시. 김 씨는 “아직 개점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단골손님도 제법 늘었다”며 “진실과 열의만 있다면 저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여성들도 ‘희망가게’ 창업의 문을 두드려 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씨를 비롯해 지난 5년 동안 여성 가장 50명에게 자립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을 선물한 희망가게는 비영리 단체인 아름다운재단의 무담보 무보증 대출 프로그램(마이크로 크레디트)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희망가게는 연리 2%로 최대 4000만 원까지 지원해 창업 후 5년 동안 빌린 돈을 분할 상환하면 된다.

이를 위한 ‘아름다운세상기금’은 아모레퍼시픽(전 태평양) 창업자인 서성환 회장의 뜻에 따라 유가족이 2003년 그의 유산 일부를 기부하면서 마련됐다. 당시 50억 원 규모였던 기금이 불어나 현재 130억 원대에 이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도 부친의 뜻을 이어 올해까지 총 5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이날 백범기념관에서는 아름다운가게 50호점 개점 기념식과 함께 그동안 희망가게를 통해 자립에 성공한 여성 가장 11명의 이야기를 엮은 책 ‘희망이 당신을 기다리는 곳, 희망가게’(위즈덤하우스)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 책에 소개된 희망가게 1호점 이화순(가명) 씨 역시 이혼의 아픔과 함께 잇따른 사업 실패 등으로 자살까지 생각할 만큼 절벽으로 내몰렸다. 그때 손을 내밀어 줬던 게 바로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아름다운세상기금이었다. 2004년 7월 부대찌개 전문점 ‘찌개 풍경’을 서울에 연 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가 자신의 두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한 가지다.

“우리가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을 절대 잊지 말고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할 때 그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본문 82쪽)

2010년도 희망가게 창업자금 신청은 내년 2월부터 수도권 및 대전 대구 광주 지역에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 여성 가장(남편 대신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실질적 가장 포함)이면 가능하며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서류 양식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www.beautifulfund.org)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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