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자SOC 승자는 맥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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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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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정보공개청구 ‘민자사업 출자자 보고서’ 분석
호주계 인프라투자회사, 선진금융기법 독보적
인천대교… 용인~서울 고속도… 서울지하철 9호선
3000억 이상 24개 사업 중 7곳서 지배주주로


지난달 개통한 ‘국내 최장(最長) 교량’인 인천대교,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경부고속도로 서울 진입 구간의 우회로인 용인∼서울고속도로, 김포공항에서부터 한강을 따라 서울 강남권을 가로지르는 서울지하철 9호선…. 이들은 모두 정부의 재정투입을 최소화하는 대신 민간의 자본을 최대한 끌어다 만든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호주계 금융그룹인 맥쿼리그룹의 금융기법을 국내에 도입해 설립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맥쿼리인프라)가 보유한 자산들이다. 공통점이 더 있다면? 실제 교통량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지더라도 정부가 국민이 낸 세금을 투입해 10∼15년간 최소한의 운영수익을 보장하는 사업들이라는 사실이다.

1994년 SOC 시설에 대한 민자(民資)유치촉진법이 제정된 뒤 올해로 15년. 동아일보가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최근 입수한 ‘국내 주요 민자사업 및 주요 출자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민간투자시장의 가장 큰손은 맥쿼리인프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토종 인프라금융회사들의 참여는 미미해 1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토종 회사들이 민자사업의 타당성과 수익성을 분석하고 수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는 금융 노하우에서 뒤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정부서 수익 보장 ‘알짜배기’ 거의 독식

1994년 이후 진행된 총투자비 3000억 원 이상 24개 민자사업의 주요 출자자를 8월 말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맥쿼리인프라는 인천대교와 용인∼서울고속도로, 서울지하철 9호선을 비롯해 서울∼춘천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부산신항만 2-3단계 등 모두 7개 민자사업의 최대 또는 2대 주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부산신항만을 제외한 6개 사업은 국정감사 때마다 논란이 되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적용되는 인프라다. 실제 교통량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정부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까지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알짜배기’ 사업들이다.

올해 6월 말 현재 맥쿼리인프라의 지분은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가 70.4%, 외국인투자자가 29.6%를 보유하고 있다.

○ 국내 금융권 투자는 미미

반면 토종 인프라금융회사인 KB자산운용 계열의 발해인프라투융자가 상위 3대 주주 안에 포함된 사업은 24개 가운데 대구∼부산고속도로와 부산∼김해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 등 3개에 그쳤다. 산은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한국인프라이호투융자도 용인∼서울고속도로와 2014년 개통할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등 2개였다.

연기금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는 사업도 단일 회사인 맥쿼리인프라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등이 3대 주주 안에 포함된 사업을 모두 합쳐도 24개 중 5개뿐이었다. 군인공제회와 공무원연금은 직접투자 대신 맥쿼리인프라의 지분을 각각 11.8%, 5.4%(6월 말 기준) 보유하는 방식의 간접투자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토종 인프라금융회사가 국내 민자사업에 뒤늦게 뛰어들기에는 사업의 매력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 정부가 ‘혈세(血稅) 먹는 사업’의 원인으로 지적된 MRG를 최근 폐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외국계 인프라펀드에 ‘텃밭’을 내준 것은 물론 앞으로도 입지를 넓힐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주춤했던 민간투자사업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총사업비 기준으로 350억 달러(약 40조6000억 원)에 이르는 87개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인도도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2009∼2010년 예산안에 335억 달러의 사회기반시설 확충 특별예산을 편성했다. 유럽 민자사업의 가장 큰 자금줄인 유럽투자은행(EIB)은 현재 120개 사업에 250억 유로(약 43조2500억 원)를 투자하는 데 이어 내년까지 민자사업에 대한 대출 규모를 30% 이상 증액할 계획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그룹인 맥쿼리그룹이 한국에 진출해 세운 순수 민간 인프라펀드. 2006년 3월 한국 거래소와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공모펀드로 누구나 주식 거래를 통해 주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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