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교해보자” 자신만만…도요타 “경쟁 싫어” 겸손모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일 2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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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정반대 마케팅…캠리 승차감 새 쏘나타와 큰차이 없어

"신형 '쏘나타'는 아직 타보지 않았습니다. '투싼ix'는 대단히 좋은 차이고 좋은 라이벌이라고 생각합니다."

3일 인천 중구 운서동 하얏트리젠시인천 호텔에서 열린 제품설명회에서 도요타 본사의 수석 엔지니어들은 현대자동차의 경쟁 모델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만 말했다. 현대차가 2일부터 일반 고객을 상대로 중형 세단인 도요타 '캠리'와 현대차 뉴 쏘나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도요타 'RAV4'와 투싼ix 비교 시승회를 여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본격 판매 경쟁에 들어간 가운데 양 사의 마케팅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 첫선을 보인 도요타 브랜드가 현대차와 겹치는 대중 차종인데다 판매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한 때문에 현대차가 장악하고 있는 내수 판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도요타 일관된 '저자세 마케팅'

한국토요타에 따르면 9월 14일 시작된 사전 예약을 포함해 지난달 말까지 판매 계약된 도요타 차량은 총 4200여대에 이른다. 이중 캠리가 65%를 차지한다. 초반 흥행에는 성공한 셈이다. 그렇지만 비교 시승회를 열면서 '한판 붙어보자'는 현대차의 적극적 공세와는 달리 도요타 측은 철저하게 '조용한' 마케팅으로 일관해 대조적이다.

'세계 1위'라는 후광을 업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제품과 동급으로 경쟁해 이득을 볼 것이 없고, 굳이 한국 브랜드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신차발표회에서도 후노 유키토시(布野幸利) 도요타 본사 부사장은 "한국 브랜드와 경쟁할 생각이 없다"며 기조연설 대부분을 사회공헌에 관한 이야기로 채웠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여기에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항상 장기적인 포석을 두는 도요타의 마케팅 전략과 반일(反日) 감정 등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토요타는 판매 목표도 4개 차종을 합해 올해는 월 500대, 내년에는 월 700대 수준으로 주문량에 비해 높지 않게 세웠다.

현대차 측은 내년 1월 '쏘나타 2.4' 모델을 낸 뒤 언론 비교 시승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캠리와 쏘나타를 둘 다 몰아보면 별 차이를 못 느낄 것"이라며 "'수입차는 국산보다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캠리·프리우스 '첫인상은 무던해'

실제로 3일 도요타 모델들을 시승해 본 결과 '캠리와 RAV4는 특색이 없는 평범한 대중 차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뉴 쏘나타 등 국내 차종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무던한 차'를 지향하는 캠리의 경우 인테리어나 퍼포먼스 등에 있어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다. 차 자세를 잘 잡아주는 서스펜션과 편안한 코너링 등이 패밀리 세단으로서 기본을 확실히 갖추고 있었으나 외부 디자인은 신형 쏘나타보다 보수적이고, 가죽시트의 질감이나 스위치류의 작동감 등 감성 품질 면에서는 쏘나타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캠리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오래 몰아도 잔고장 없는 신뢰성'은 짧은 시승으로 파악할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는 당장 국내 시장의 반향을 기대하기는 힘들 듯 했다.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결과 가속력과 승차감, 고속 주행할 때의 저소음 등에서 같은 가격의 휘발유 차량에 현격히 못 미쳤다. RAV4 역시 주행성능이나 품질감이 평범했다. RAV4는 가솔린 모델이어서 디젤엔진이 들어간 투싼ix보다 소음은 적었지만 출력과 연비는 떨어졌다.
인천=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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