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쌀은 남아돌지만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식량자급률의 대표적 기준인 곡물자급률은 지난해 26.2%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2007년의 27.2%보다 1%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1980년의 56.0%에 비하면 반 토막 밑으로 떨어졌다. 식량의 대외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곡물자급률의 하락은 기본적으로 한국 국민의 식생활 변화를 반영한다. 쌀 중심의 식습관이 밀 등 다른 곡물 중심의 식습관으로 바뀐 것. 빵, 파스타 등 밀 식품과 육류 소비가 늘면서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한 밀과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용 작물 수입이 늘었다.
문제는 변하는 식습관에 맞춰 식량정책을 민첩하게 펼치지 못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식량생산 지원 정책이 지나치게 쌀 중심적이라는 얘기다. 농가의 안정적인 작물 생산을 위해 지급하는 직불금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쌀 농가에만 지급된다. 최근 밭 직불제 시행 방안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아직 검토 단계에 불과하다. 최지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료작물, 밀의 자급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농의 대형화가 힘들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1인당 경지면적이 한국은 0.04ha로 미국(0.57ha), 프랑스(0.32ha), 독일(0.15ha) 등에 비해 좁다. 정부가 2015년 곡물자급률 목표를 25%로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실무진에서 목표치 수정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곡물자급률 쌀, 보리쌀, 콩, 사료용 작물 등 각종 곡물의 국내 소비량을 국내 생산량이 얼마나 충족하느냐의 비율을 뜻한다. 곡물별 자급률 가운데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이 특히 심각한 상태다. 2008년 쌀 자급률은 93.9%인 반면 밀은 0.4%, 옥수수는 0.9%였다. 쌀의 자급률도 2003년에 이어 2006년에 다시 100% 아래로 떨어진 뒤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곡물자급률 외의 식량자급률 품목으로는 채소류, 과일류, 육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