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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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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이 1조∼2조 원이지만 머지않아 5조∼10조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우리 세금으로 공무원연금을 대줘야 하느냐’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그때 여론에 떼밀려 연금제도를 고치면 늦는다. 지금 고쳐야 한다. 지금 연금개혁을 해도 효과는 20∼30년 뒤에 나타난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연금개혁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현 세대 공무원의 이기주의 탓에 재정 부담을 다음 세대와 국민들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연금전문가로 꼽히는 문 소장이 이처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질타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가 세금을 거둬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막연히 예상했던 ‘재앙(災殃)’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 예고된 재앙, 공무원연금
정부는 2000년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국고(國庫)에서 지원하도록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했다. 이후 정부가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1년 598억 원에서 2004년 1742억 원, 2007년에는 9892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1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2년 만인 내년에는 2조4000억 원대까지 불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퇴직해서 연금을 지급받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연금수급자는 2001년만 해도 16만 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28만 명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31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 지급액이 일반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두 배가량 되는 점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인이다. KDI가 올해 1월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정법안의 평가와 개선의견’에 따르면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적자보전액은 2015년 6조5040억 원, 2030년 27조8200억 원, 2050년 57조1610억 원, 2070년 100조61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KDI는 특히 2040년 이후에는 정부의 보전액이 공무원 총보수 예산의 3분의 1 이상으로 늘어나 나라살림에 막대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작년 연금개혁안도 미봉책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2006년부터 민관(民官) 공동의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까지 만들어 연금개혁에 착수했지만 결과는 ‘미봉책’이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상당수 조항이 현재 재직 중인 공무원보다는 신규 공무원이 퇴직하는 2040년 전후에나 적용되는 탓에 장기적인 재정개선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어도 현직 공무원에겐 ‘더 내고 덜 받는’ 개정안이 아니라 ‘조금 더 내고 그대로 받는’ 개정안이라는 뜻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상호 관동대 무역학과 교수는 “개정안은 재직 중인 공무원의 기득권을 인정해주고 앞으로 임용될 공무원에게는 큰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재정안정 효과도 너무 미약해 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취지와 달리 이처럼 연금개혁이 변질된 것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노조 대표가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07년 1월 나온 위원회의 1차 개혁안은 그나마 공무원연금의 재정건전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2차 개혁안 작업 후반부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등의 대표가 참여하면서 기존 개혁안을 백지화해버렸다.
이 가운데 전공노와 민공노는 최근 통합공무원노조를 결성한 데 이어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임금인상과 공무원연금법 개정 저지, 구조조정 차단 등을 가입 배경으로 내세웠다. 이미 변질된 개정안마저도 반대한다는 뜻으로 향후 공무원연금 개혁의 험로를 예고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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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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