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업이익 크게 오른 6개 회사 DNA는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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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개 기업 ‘컴퓨터활용보도’ 분석

《화섬업체 웅진케미칼(옛 새한)은 10년 가까이 사업이 부진하다가 지난해 영업이익 297억9400만 원으로 2007년 대비 약 24배(2436%) 늘어나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일본의 경쟁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한 올 상반기(1∼6월)에도 93억 원의 이익을 내며 순항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수백억 원대 적자에 시달린 웅진케미칼이 극적 도약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 1월 웅진그룹에 인수합병(M&A)된 이후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제 짝(웅진코웨이)’을 만났기 때문이다. 계열사인 웅진코웨이에 정수기 필터를 독점 공급하면서 웅진케미칼은 안정적 거래처를 확보했고, 웅진코웨이는 필터 수입 비용을 절감하는 ‘윈윈(Win-Win)’ 효과를 거둔 것.》

틈새시장 집중하되 투자는 과감하게… 그대가 ‘숨은 챔피언’
안정적 사업기반
부영, 임대주택 건설 한우물
장금상선, 韓-中 물류 장악

강한 경영자 리더십
노조 직접 설득해 M&A 성사
웅진케미칼, 고정거래처 확보

기민한 신사업 발굴
동국산업, 車부품 안팔리자
풍력발전에 눈돌려 승승장구

주방가전으로 잘 알려진 부방테크론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947% 급증했다. 2007년 대비 2배 늘어난 40억 원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자해 제품개발 및 디자인 연구를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이 회사는 2007년 5개 수준이던 신제품 출시를 2008년 12개까지 늘렸고 이 덕분에 주력 제품인 밥솥 매출이 40%가량 늘었다. 기능공 한 명이 다양한 생산라인에서 일할 수 있는 ‘도요타식 공정’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종전 2, 3일씩 걸리던 제품 납기일을 하루로 단축했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2007∼2008년 매출액 상위 88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들의 62%는 2007년 대비 2008년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늘어난 기업도 86%나 돼 한국 기업의 ‘내공’을 보여줬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유명 대기업뿐 아니라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중견기업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불황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둔 ‘숨은 챔피언’들의 비결은 무엇인지 분석했다.

○ 작년 영업이익 1300∼1만936% 늘어나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개선된 15개 기업의 영업이익 신장률은 1300∼1만936%에 달했다. 회계 대상·방식의 변경으로 ‘착시효과’가 나타난 곳도 있었지만, 적지 않은 기업들이 경영전략, 기업문화, 경영자 리더십 등에서 차별화된 ‘기업 DNA’를 바탕으로 좋은 실적을 일궜다.

15개 기업 가운데 올 상반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 가고 있는 부영, 웅진케미칼, 한국니토옵티칼, 부방테크론, 동국산업, 장금상선 등 6개사를 중심으로 이들의 경영 스토리를 취재했다. 그 결과 이들은 △경영자의 강한 리더십 △독창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전략 △성공적인 M&A △신사업 개척과 기술혁신 같은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 교수가 쓴 책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평범하지만 시장에서 선두인 기업들)’에서도 주목한 특징들이다.

건설업체 부영은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 1만936%로 882개 분석대상 기업 가운데 최고였다. 이 회사는 다른 건설업체처럼 토목, 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지 않고 오직 임대주택 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한다. 바로 이 같은 ‘틈새시장’ 전략이 불황기엔 큰 힘이 됐다. 부영 관계자는 “다른 건설사들은 불경기에 미분양 물량이 넘쳐 애를 먹었지만 임대주택 사업은 임대료라는 고정수입이 들어오는 데다 ‘때’가 되면 일괄 분양 전환을 통해 목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경기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에서 ‘작은 강자’로 통하는 장금상선도 ‘선택과 집중’ 전략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장금상선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84% 증가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해운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진 올 상반기에도 영업흑자를 올렸다. 비결은 빌린 돈으로 큰 배를 지어 세계를 다닌 다른 해운사들과 달리 아시아 시장에만 집중한 데 있었다. 국내 최초로 평택과 중국 상하이, 웨이하이, 난징, 톈진을 잇는 노선을 구축한 장금상선은 한때 한중(韓中) 물량의 70%를 독차지했을 정도다.

○ 확고한 리더십과 기술혁신

숨은 챔피언 기업들에서는 신사업 발굴과 기술혁신이라는 특징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자동차용 냉연제품 생산을 주 사업으로 하는 중견 철강업체인 동국산업은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566% 성장했다. 동국산업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동차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본사업인 자동차용 냉연제품에서의 영업이익이 급락했다. 그러나 자회사인 동국S&C가 풍력발전시장 대표기업(미국시장 14% 점유)으로 성장하면서 동국산업의 가치는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지난해 전년 대비 2331%의 영업이익 신장을 거둔 한국니토옵티칼은 자동화 설비 도입 및 꾸준한 생산성 혁신으로 매년 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경우다. 삼성전자의 협력사인 이 회사는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로부터 여러 차례 우수협력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확고한 경영 리더십도 돋보였다. 부영은 ‘세발자전거(두발자전거보다 느려도 안전하게 오래 가자)’론으로 요약되는 창업자 이중근 회장의 경영철학이 안정경영의 기초로 평가받는다.

장금상선의 정태순 대표는 1999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전문 경영인이었다. 그러나 당시 장금상선이 실적 악화로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처하자 정 대표는 사재를 털어 회사를 인수한 뒤 현재의 모습으로 살려냈다. 장금상선 관계자는 “그 일 이후 임직원의 로열티가 더 높아졌다”고 전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웅진케미칼 인수 당시 고용불안을 이유로 극렬히 반대하던 새한 노조를 경북 구미공장으로 찾아가 설득함으로써 인수를 성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 어떻게 조사했나

동아일보 산업부는 ‘숨은 챔피언’ 기업을 찾아내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2007년과 2008년 매출 1000대 기업 자료를 넘겨받았다. 이는 각 기업이 매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자료와 같다. 이 가운데 2년 연속 매출 1000대 기업에 포함된 882곳의 실적을 컴퓨터활용보도(CAR) 기법으로 분석했다.

먼저 영업이익 증가율 상위 15대 기업인 △부영(1만936%) △금강공업(6840%) △서울석유(3862%) △아트라스비엑스(2605%) △웅진케미칼(2436%) △태광실업(2395%) △한국니토옵티칼(2331%) △세아제강(1965%) △부방테크론(1947%) △21세기조선(1753%) △태산엘시디(1632%) △동국산업(1566%) △장금상선(1484%) △조강해운(1362%) △이수페타시스(1307%)를 추렸다.

이 중 회계상 착시효과가 있거나 올 상반기 실적이 악화된 곳, 수익성 개선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곳 등을 제외하고 6개 기업을 최종 선정했다. 이 기업들에 대해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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