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터스포츠의 ‘국가대표’… 제네시스 쿠페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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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차끼리 겨루는 ‘태백 원메이크’ 역대 최대 22대 출전
웅장한 엔진소리… 다이내믹한 성능… 관중들 흥분 - 매료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가 한국 모터스포츠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13일 오후 2시 강원 태백시 태백레이싱파크. 스타트라인에 선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 22대가 출발신호와 함께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으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멋진 경쟁을 펼쳤다.

국산 최초의 후륜구동 정통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는 올해 5월부터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최고의 프로레이스인 ‘CJ 오 슈퍼레이스’에 투입돼 역대 경기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며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날 경기에선 한국에서 입양된 네덜란드 국적의 최명길 선수(24)가 극적으로 우승하며 기염을 토했다.

○ 한국 모터스포츠의 희망

제네시스 쿠페전에는 국내 프로시리즈에서 한 종류의 차량만 투입되는 원메이크레이스로는 가장 많은 22대가 출전하는 기록을 세웠다. 내년에는 30대 가까이 출전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경기당 우승상금도 10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또 지금까지 나온 국산 경기차 중 모든 면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나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한다는 점에서도 관중의 호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국내 최고의 레이서들이 총출동했으며 프로 드라이버의 실력을 갖춘 인기 연예인부터 외국인까지 참여해 국제 레이스로 성장하고 있다.

수도권과 거리가 먼 태백시에서 경기가 열리고 있지만 매 경기 일본인 관광객 500∼800명을 비롯해 2000여 명이 관람하고 있다. 내년부터 다시 경기 용인시 스피드웨이에서 경기가 진행되면 관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온로드(포장된 서킷) 경기가 열린 지 15년이 지났지만 레이서 간의 치열한 경쟁이나 일반인의 관심도 면에서 단연 최고다. 그래서 모터스포츠 업계는 제네시스 쿠페가 ‘희망을 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에는 레이싱카로 꾸미면 더욱 멋지게 보이는 디자인과 다이내믹한 주행성능, 질주할 때 내뿜는 6기통 엔진의 웅장한 사운드, 유명 드라이버의 출전, 많은 참가 대수 등이 꼽히고 있다. 현대차가 상금과 부품 3억5000만 원을 지원하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 불꽃 튀는 경쟁

1전 정연일(킥스파오), 2전 조항우(인디고), 3전 김중근(에쓰오일), 4전 황진우(에쓰오일), 5전 최명길(인디고) 등 우승자가 매 경기 달라질 정도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만큼 선수들의 프로필도 화려하다. 국내 최초 A1그랑프리 드라이버인 황진우, 일본 슈퍼GT300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다카유키 아오키, 국내 경기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조항우 유경욱 김중군 등 유명 드라이버들이 포진해 있다.

실력이 쟁쟁한 연예인 드라이버도 많다. 최근 TV드라마 ‘스타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류시원을 비롯해 배우 안재모, 가수 김진표 등이 출전했다.

팀 간의 경쟁도 뜨겁다. 대표적으로 정유업계의 맞수인 GS칼텍스(킥스파오)와 에쓰오일이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예인 레이싱팀인 ‘알스타즈’, 류시원이 최근 창단한 ‘팀106’, 휠제조업체인 ‘웨즈스포츠’, 자동차쇼핑몰인 ‘바보몰’ 등도 경쟁대열에 합류했다.

○ 레이서 실력-각 팀 세팅 능력따라 승패 갈려

제네시스 쿠페 경기에 출전하는 경기차의 성능은 기본적으로 같다. 3.8L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 클러치 등 동력계통은 개조할 수 없고 순정 상태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출전비용을 줄이면서 현대차 입장에서는 차량의 내구 성능을 테스트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경기를 치르면서 동력계통의 문제는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흡기와 배기장치, 엔진컨트롤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보완해 최고출력은 순정 303마력보다 약간 높아진 315마력 정도다. 이 밖에 서스펜션이나 리어윙 에어댐 등은 모두 규정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본래 1560kg인 차체 무게는 경기에 불필요한 장치들을 모두 제거해 최저 중량 규정인 1350kg까지 낮춘다. 또 도로와의 접지력이 일반 타이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슬릭타이어를 사용한다. 이에 따라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안팎이다. 순정 차량보다 약 1초 빠르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km 이상 나오지만 경기장은 직선 주행로가 길지 않기 때문에 태백레이싱파크의 경우 시속 210km까지 높일 수 있다. 길이가 약 2.5km인 이 경기장에서 제네시스 쿠페가 낸 최고 기록은 1랩에 1분01초625이고 평균주행속도는 시속 145km.

기본적으로 출전 차량의 성능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결국 경기의 승패를 가리는 것은 레이서의 실력과 각 팀의 차량 세팅 능력이다. 한 선수가 독주하지 못하도록 경기 결과에 따라 1등 60kg, 2등 40kg, 3등 20kg의 추를 차체 바닥에 붙여야 한다. 올해 마지막 경기는 10월 11일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린다.

태백=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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