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기업 주가, 2년전 코스피 최고점 때보다 높아졌다

  • 입력 2009년 9월 1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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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가총액 상위 50위 이내 기업 5개 중 1개는 코스피가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7년 10월 31일보다 현재 주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모두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그룹 소속 회사들이다.

올해 최고점인 11일의 코스피는 1,651.70. 역대 최고점인 2007년 10월 31일(2,064.85)에 비해 413.15포인트나 낮다. 2007년 10월경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 같은 유명 펀드 덕분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증시로 유입됐지만 올해는 이 같은 호재도 없었다. 그런데도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등에서 선두주자 역할을 해온 주요 기업들은 위기에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이며 주주들의 지갑을 불려주고 있다.

●'승자효과' 제대로 누리는 삼성, 현대차, LG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시가총액 상위 50위 이내 기업(지난해 10월 상장된 KB금융지주를 뺀 49개 기업) 중 2007년 10월 31일보다 현재 주가가 높은 기업은 11개(22.4%)다.

이 중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소속 회사는 각각 4곳이고 LG그룹 계열사는 3곳이다. 삼성에선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이, 현대차에선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글로비스가 2007년 10월에 비해 지금 주가가 더 높았다. LG에선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3개 계열사의 현재 주가가 더 높았다.

이들 기업은 2007년 10월 31일에 비해 주가가 평균 58% 더 올랐다. 개별 기업 중 가장 주가상승률이 높은 곳은 삼성SDI(121.5%)다. 그 다음으로는 LG화학(87.9%), 삼성테크윈(65.4%), 삼성전기(59.3%), 기아차(56.0%) 등이 많이 올랐다.

대부분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 기업들로 이 업종에서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노키아, 소니, 제너럴모터스(GM), 포드 같은 다른 나라의 경쟁사들은 올해 힘든 상황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신증권 박중섭 연구원은 "2007년 10월보다 지금 주가가 더 높은 국내 대기업들은 시장 점유율과 지배력이 상승하며 전체적인 경쟁력이 크게 개선됐고,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 상승으로 반영되는 '승자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시장 영향력을 확대한 것뿐 아니라 '2차 전지' 같은 새로운 대형 성장동력 아이템을 발굴했다는 것도 큰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향후 실적 기대치 높아진 건 부담

증권업계에선 국내 주력 산업의 대표급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개선됐고 이런 점이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또 당분간은 이 기업들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할 고비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지금 '잘 나가고 있는' IT와 자동차 기업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도한 연구원은 "IT와 자동차 기업들은 그동안 누렸던 환율효과가 사라질 수 있겠지만, 시장에서의 기대 실적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금과 같은 실적이 유지될 수 있는 지가 향후 투자 가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 중공업, 건설, 금융 같은 다른 주요 산업의 대표 기업들은 2007년 10월에 비해 주가가 아직 크게 떨어져 있다는 점이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박중섭 연구원은 "이들 업종은 수주나 실적 추이가 2007년 10월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며 "본격적인 경기회복기에 접어들 때까지 이들 기업의 실적은 크게 좋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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