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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1년반새 3번해고 월街는 정글”

입력 2009-09-01 02:52업데이트 2020-07-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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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는 월가… 만티아, 그녀가 웃을 날은… 작년 9월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진 뒤 1년 동안 세계 각국 중산층은 대부분 일자리 불안 또는 자산 감소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고통을 경험했다. 메릴린치, HSBC 등 대형 투자은행에서 승승장구했던 킴벌리 만티아 씨는 1년 반 사이에 세 번이나 해고된 데 이어 최근 다시 흉흉해진 새 회사 분위기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만티아 씨가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퇴근 무렵 지친 발걸음으로 월가를 걸어 가고 있다. 뉴욕=홍수용 기자
[경제위기 1년 세계 중산층 리포트]13개국 100명에 ‘달라진 삶’ 들어보니
美-유럽 직장인들 車팔고 돈빌려 힘겨운 생활
브라질 車부품업체 직원은 “형편 점차 나아져”

《가족만큼이나 아꼈던 제너럴모터스(GM)사의 1972년산 폰티액 자동차를 팔았다. 실직 6개월 만에 간신히 직장을 구했지만 연봉은 1만 달러나 깎였다. 새 일자리를 얻은 뒤에도 구직사이트인 ‘몬스터닷컴’을 수시로 들여다본다. 동아일보 기자가 지난달 20일 미국 미시간 주 아르마다 시에 사는 패트릭 앤터스 씨(40) 집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듣고 본 미국 중산층의 현주소다. 자동차산업 애널리스트인 앤터스 씨는 “지난 1년간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꿈을 포기하고 미래설계도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지난해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구촌 중산층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등 13개국의 시민 100명을 현지에서 심층 인터뷰했다. 취재 결과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조금씩 퍼지고 있지만 피폐해진 개개인의 삶은 여전히 원상회복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폭풍우가 휩쓴 폐허의 한편에서는 어김없이 희망의 싹도 돋아나고 있다.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고전하는 미국, 유럽과 달리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대국의 일부 계층은 경제질서 재편의 흐름에 편승해 빠른 속도로 부(富)를 축적하고 있다.
○ ‘두바이 드림’ 일장춘몽으로
경제위기의 진원지 뉴욕 월가는 실력자조차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정글로 변했다. 은행에 다니는 킴벌리 만티아 씨(34·여)는 최근 1년 반 동안 세 번이나 잘렸다. 연수입이 3만 달러도 안 되는 모친한테서 조금씩 꾼 생활비가 어느새 4800달러로 불었다. “예전 월가 사람들은 연봉을 보고 옮겨 다녔죠. 지금은 자기를 써주는 데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지난달 24일엔 부사장 책상 위에 놓인 ‘핑크슬립(해고통지서)’을 보고 심상찮은 징후를 느꼈다. “은행들이 다시 사람을 자르고 있어요. 금융시장이 한 번 더 고꾸라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는 최근 자기 동네 아파트 30층에서 뛰어내린 뱅커 얘기를 듣고서 마음이 더욱 심란하다.
한때 한국경제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칭송을 받았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중산층에게 지난 1년은 일장춘몽(一場春夢) 같다. ‘두바이 드림’을 꿈꾸며 필리핀에서 온 제니퍼 세르난데스 씨(26·여). 그는 애플사의 중동·아프리카지역본부에서 1년 6개월간 안내원으로 일하다 올 4월 해고됐다.
세르난데스 씨는 월급의 40%를 꼬박꼬박 필리핀 가족에게 보냈다. 일자리를 잃자 어머니는 딸이 필리핀으로 부쳤던 돈을 다시 딸에게 보냈다. 그는 “꿈을 이루려고 모은 돈으로 밀린 집세와 카드 연체료를 갚아야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미국 가야 성공한다는 생각 버렸다”
브라질, 중국, 인도는 글로벌 불황의 충격을 비교적 덜 받았다. 어떤 이는 오히려 생활형편이 나아졌다고 말한다.
GM과 포드의 몰락은 빅토르 모레누 씨(43)가 공장장으로 있는 브라질의 자동차부품업체 IMBE에도 한때 타격을 줬다. 하지만 작년 말 정부가 차량에 부과된 공업생산세를 7%포인트 감면하는 부양책을 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출에서 까먹은 지출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내수시장의 성장세는 힘찼다. 지금은 하루 14시간씩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데도 늘어난 주문량을 감당하기 벅차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 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렸다”며 “신흥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브라질에 남는 것이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팀장=이병기 경제부 차장 eye@donga.com
△ 미국 미시간·뉴욕=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일본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중국 상하이·우한=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인도 뉴델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영국 런던·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정재윤 기자jaeyuna@donga.com
△ 독일 프랑크푸르트·네덜란드 암스테르담=정양환 기자ray@donga.com
△ 스페인 마드리드·바르셀로나=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헝가리 부다페스트·폴란드 바르샤바=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아부다비=정임수 기자imsoo@donga.com
△ 브라질 상파울루=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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