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수익 나쁜 노선 대폭 구조조정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2분


대한항공, 인천~카이로 직항은 환승노선으로
델타항공, 가을부터 애틀랜타~인천 직항중단

‘불황엔 항공기의 비행시간이 길어진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항공수요가 크게 줄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직항 노선을 없애고, 다른 노선과 합치는 항공사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직항 노선을 이용하던 승객들의 비행시간은 최대 5시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07년 10월 개설한 ‘인천∼카이로’ 직항 노선을 없애는 대신 ‘인천∼타슈켄트’ 노선과 합쳐 다음 달 1일부터 ‘인천∼타슈켄트∼카이로’ 노선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카이로까지 12시간 30분이 소요되던 종전 비행시간은 타슈켄트 중간 기착에 따라 14시간 30분으로 2시간 늘어난다. 이는 최근 항공수요 감소로 카이로 노선의 이용객 수가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줄어든 데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주변 정세가 불안해진 데 따른 조치다.

개별 직항 노선을 합치면 비행시간이 늘지만, 항공사는 투입 여객기 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이번 노선 병합으로 카이로와 타슈켄트 노선에 투입하던 여객기를 기존 4대에서 2대로 감축할 예정이다.

또 대한항공은 △올해 3월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 △지난해 10월 빈과 취리히 △지난해 9월 암스테르담과 마드리드의 직항 노선을 각각 합쳤다. 이에 따라 ‘인천∼암스테르담∼마드리드’(15시간 30분), ‘인천∼빈∼취리히’(13시간 40분), ‘라스베이거스∼로스앤젤레스∼인천’(15시간 50분) 노선은 기존 직항 노선에 비해 각각 2시간 5분, 1시간 30분, 3시간씩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델타항공 역시 비용 절감을 위해 올해 9월부터 ‘애틀랜타∼인천’과 ‘애틀랜타∼상하이’ 직항 노선을 중단하기로 11일 결정했다. 델타는 인천 직항을 없애는 대신 노스웨스트의 ‘애틀랜타∼도쿄’ 노선과 ‘디트로이트∼상하이’ 노선을 이용해 승객들이 중간에 갈아타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델타의 인천∼애틀랜타 노선 비행시간은 기존 13시간 40분에서 18시간 40분으로 5시간 늘어날 예정이다.

직항 폐쇄뿐만 아니라 감편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항공(ANA)은 ‘나리타∼베이징’과 ‘나리타∼상하이’ 노선을 중심으로 국제선 운항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이미 이들 항공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간사이공항의 이륙 횟수를 줄였으며, 일본항공은 내년 3월까지 국제선 공급량을 10%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이처럼 고객들의 불편을 무릅쓰고 항공사들이 직항 폐쇄와 감편에 나서는 것은 경제위기와 더불어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과 항공 참사에 따른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성수기 국제선 평균 예약률이 80%를 넘겼지만 올해는 70% 후반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항공운수협회(IATA)는 올해 전체 항공업계 매출이 지난해보다 800억 달러(약 100조 원) 줄어든 4480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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