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여파가 서민들의 '감기 치료'에도 영향을 미쳤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감기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줄어든 반면 주요 종합감기약 제조 회사의 매출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이 최근 발표한 '2009년 1분기 진료비통계지표'를 살펴보면 감기로 병원을 찾은 진료인원은 1410만 명, 진료비용은 42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비해 각각 1.7%와 2% 줄어든 수치다. 심평원 측은 "감기 관련 진료가 줄어든 것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약을 포함한 전체 진료 금액은 지난해보다 8.7% 늘었다. 병원을 찾은 감기환자가 줄어든 대신 제약업계의 감기약 매출은 상승했다. 판피린큐뿐만 아니라 감기약 부분 시장점유율 1위(35%)인 동화약품공업의 '판콜에이'는 7.6%, CJ제약사업부의 '화이투벤'은 66% 성장했다.
판피린큐 영업을 담당하는 엄상섭 과장은 "매출 상승 이유를 약국에 설문해본 결과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이유였다"며 "예전 같으면 병원에서 진료 받고 주사 맞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그마저 부담을 느꼈는지 약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기 진료로 병원에 갈 경우 소비자가 부담하는 돈은 5000원 선. 감기약은 3000원 가량에 5일 복용할 수 있어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이 약국을 찾는다는 뜻이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이 늘어나 좋은 일이지만 1000원, 2000원에 병원을 가지 않는 불황의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박재명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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