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대신 약… 헬스클럽 대신 약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비타민제-살빼는 의약품, 경기침체 속 매출 쑥쑥
발기부전치료제도 ‘호황’

경기침체기에 ‘건강기능식품’과 ‘헬스클럽’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드러그(Lifestyle Drug)’가 인기를 끌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드러그란 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미용이나 건강관리 등 특정 기능을 가지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의약품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비타민제나 다이어트보조제 등이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드러그다. 발기부전치료제나 탈모치료제 등도 여기에 속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불황기에 이들 제품이 선전(善戰)하고 있는 데 대해 “지갑이 얇아지면서 비싼 건강기능식품을 사 먹거나 시간을 내 운동시설을 찾기 어려운 사람이 늘었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간단한 제약제품으로 건강을 챙기는 경향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비타민제를 비롯해 다이어트보조제와 발기부전치료제 등의 매출이 최근 늘고 있다. 이는 다른 제약제품의 매출 신장률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돋보이는 추세다. 대표적인 종합비타민제인 유한양행의 ‘삐콤씨’는 지난해 150억 원의 매출을 올려 2007년보다 판매량이 25% 늘었다. 이 제품은 올해 1분기(1∼3월)에도 34억 원의 매출액을 보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성장했다. 한국와이어스의 종합비타민제인 ‘센트룸’은 경제위기론이 한창 퍼지던 지난해 4분기 국내에서 11%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종합비타민제는 영양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등 건강기능식품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어 경기 침체에도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해피 드러그’인 발기부전치료제도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1일 동아제약에 따르면 이 회사의 대표적인 발기부전치료제인 ‘자이데나’는 지난해 30%의 매출 성장을 보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17.4% 늘었다. 정체가 시작된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는 큰 폭의 상승이다.

이 밖에 최근 4년간 매년 20% 이상의 성장을 보인 한독약품의 여드름치료제인 ‘크레오신 티’나 보령제약이 1월 출시한 후 하루 매출이 6억 원을 넘어선 다이어트 제품 ‘아웃팻’ 등도 불황을 발판 삼은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드러그로 꼽힌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삐콤씨의 경우 매년 꾸준히 팔리는 상품이긴 하지만 최근 불황에 판매량이 오히려 평소보다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며 “제약회사가 라이프스타일 드러그를 개발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번 개발하면 회사의 ‘캐시 카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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