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펀드, 투자와 경제교육 일석이조

  • 입력 2009년 5월 5일 02시 56분


올들어만 1547억 증가

적립식-주식형 권장

경기 과천시에 사는 주부 신모 씨(40)는 1년 전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이름으로 주식형어린이펀드에 가입했다. 신 씨는 아들과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펀드 운용보고서에 적힌 기업과 그 기업에서 나온 제품을 아들에게 설명해준다. 신 씨는 “요즘은 아이가 남양유업이나 풀무원 등 이왕이면 펀드에 들어 있는 회사 제품을 사자고 조른다”며 “펀드가 경제 교육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어린이펀드가 자녀를 위한 장기 재테크 및 경제교육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어린이펀드(47개)의 설정액은 2조8000억 원 수준으로 올해 들어서만 1547억 원(5.7%) 늘었다. 그러나 너도나도 한다니까 덥석 가입만 해줬지,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자녀 교육에 활용해야 할지는 많은 부모가 잘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운용보고서, 신문 스크랩 적극 활용

미국 등 투자 선진국의 학교나 부모들은 어린이들에게 경제 및 금융교육을 가장 흥미롭게 제공하는 방법론으로 어린이 펀드 투자를 꼽는다. 이들은 또 자산운용사에서 분기마다 제공하는 ‘자산운용보고서’를 교육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의 황지영 연구원은 “펀드가 투자하는 회사 가운데 아이가 좋아할 만한 제과회사나 전자회사 등 친근한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 개념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기업이 있다면 신문 스크랩을 함께 하면서 기업의 가치(주가)가 변하는 것을 함께 지켜보는 것도 경제교육이 된다. 일부 자산운용사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만화를 곁들여 풀어쓴 운용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자녀와 투자 목적을 상의하는 것도 교육 효과가 크다. 대개 펀드는 부모의 의지로 가입하지만 투자 목표를 아이들 스스로 계획하게 하고 펀드 통장에 직접 이름을 붙이게 하는 것이 좋다. 가족 여행이나 장래 희망 등 투자 목표가 분명할수록 교육효과는 커진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제공하는 어린이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펀드 투자자 자녀를 대상으로 1년에 두 차례 중국에서 열리는 ‘미래에셋 글로벌리더 대장정’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삼성투신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어린이 교육캠프를 주최한다.

○ 투자 손실도 교육의 기회로 활용

지난해 말과 같은 금융위기 국면에서는 아무리 좋은 펀드도 손실이 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추가 손실이 우려된다고 해서 바로 환매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부모가 급전이 필요하다고 아이의 펀드를 깨는 것도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투자는 언제든지 손실을 볼 수 있고, 수익은 오랜 인내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걸 가르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린이펀드의 투자 기간은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최소 5∼10년에 이르기 때문에 몇 가지 기준을 정해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거치식보다 적립식펀드에, 채권형 및 혼합형보다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주식형은 단기적으로 가격 등락이 크지만 장기간 투자할 경우 채권형이나 혼합형 펀드에 비해 큰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또 자녀가 용돈을 아끼거나 집안일을 하고 받은 돈을 모아 적립식으로 투자하게 하면 교육효과가 더 크다. 운용 기간이 길고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지 않는 펀드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차장은 “가치주나 성장주, 사회책임투자(SRI) 펀드 등 투자 철학이 분명해 10년이 넘어도 펀드의 운용 성향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 상품이 좋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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