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오일시티를 그린시티로”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1분


‘석유도시에서 녹색도시로….’ 중동 국가들이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해 사막 위에 대규모 친환경 녹색도시를 짓는 데 앞 다퉈 나서고 있다. 태양에너지 발전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갖춘 점을 무기로 중동 국가들은 전 세계적인 녹색산업의 선두에 서겠다는 당찬 야심을 보이고 있다.

23일 KOTRA의 ‘중동 그린 산업 현황과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가 진행 중인 ‘마스다르 시티’는 아부다비 도심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세워질 세계 최초 ‘무탄소(Zero Carbon)’, ‘차 없는(Car free)’ 도시다. 기존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탄소 배출이 없는 도시를 2015년까지 총 220억 달러를 들여 세운다는 내용이다. 100MW급 태양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개발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물은 태양열을 이용한 담수 플랜트로 공급할 예정이다. 자동차는 아예 다니지 않는다. 교통은 경레일이동차(LRT)가 맡는다. 쿠웨이트는 860억 달러 규모의 ‘실크도시’ 건설사업을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중동 국가들은 이 같은 녹색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최고의 브레인 파워와 기술력도 함께 흡수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마스다르 시티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함께 ‘마스다르 과학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립대학인 KAUST는 지난해 태양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해 미 스탠퍼드대에 2억5000만 달러, 그린 콘크리트 개발을 위해 버클리대에 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같은 중동의 녹색도시 건설 붐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공략할 수 있는 유망한 사업 분야로는 태양에너지, 그린 정보기술(IT), 친환경 건축물 자재 등이 꼽힌다. 물이 워낙 부족한 지역인 만큼 하수처리 재이용 등 수자원 활용 기술 개발도 현지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

그러나 이들 사업에 섣불리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복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아중동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동지역 역시 자금 조달난이 상당해 건설 계획이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장기적으로는 중동 경제가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공격적인 녹색도시 건설 등을 진행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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