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Brand]아우디 ‘카페트 위를 미끄러지듯’

  • 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4륜 구동 ‘콰트로’의 위력… 안정감 타의 추종 불허

시속 250km에서도 자로 잰 듯 운전자 뜻대로 척척

#장면1

2003년 초. 현재는 단종된 ‘올로르콰트로 2.7T’를 몰고 눈 내리는 강원도를 찾았다. 눈이 조금씩 도로에 쌓여가면서 차들은 거북이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고갯길이 시작되면서 스노체인을 끼우는 차들이 많아졌다. 스노체인이 준비되지 않았지만 4륜 구동 콰트로의 성능을 믿어보기로 하고 계속 주행을 했다. 후륜구동 세단들은 아예 운행을 포기하고 길옆에 서 있는 상황. 올로드콰트로는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스노체인을 끼운 전륜구동 승용차들과 비슷한 등판능력을 보여 기자를 놀라게 했다.

이어진 심한 비포장길에서 올로드콰트로의 능력은 더욱 빛났다. 차고 조정 스위치를 눌러 차체의 높이를 높이자 강력한 지프형 차량과 같은 성능으로 험로를 치고 나갔다. 고속도로에서는 차고가 낮춰져 스포츠세단 못지않은 가속력과 핸들링을 보이던 ‘녀석’이 빙판 고갯길과 험로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다재다능함을 보였다.

#장면2

같은 2003년 말 독일

토반. 기자는 당시 갓 나온 아우디 신형 ‘A8 4.2L 콰트로’ 모델을 시속 120km 속도로 몰고 가다 속도무제한 구간에 접어들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속도를 높였다. 180...200...230...계기반의 바늘이 꾸준히 상승하다 속도제한장치가 작동하는 시속 250km에 멈췄다. 이어지는 완만한 커브길. “이럴 수가” 탄식이 나왔다.

마치 고속열차가 레일 위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달려 나가듯 A8은 칼로 자른 듯이 기자가 원하는 대로 궤적을 그렸다. 초고속 상황에서 그토록 안정감이 느껴지며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강성이 뛰어난 알루미늄 차체와 4륜 구동 ‘콰트로’가 만들어내는 도로와의 밀착력은 전륜 또는 후륜구동 세단과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 ‘안정감’의 아우디

‘아우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보다 ‘안정감’이다. 어떤 노면이든 어떤 날씨든 상관없이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안하게 이동시켜준다. 그 핵심에는 아우디의 상징이기도 한 콰트로가 자리 잡고 있다. 4륜 구동이 아우디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고집스럽게 오랫동안 숙성시키면서 다른 자동차브랜드보다 앞선 성능을 보인다.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전륜과 후륜으로 적절히 배분해 최적의 운행조건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은 운전자에게 안정감으로 이어진다. 특히 고속주행과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커브길에서 스포티한 주행을 할 때도 전륜이나 후륜이 급격히 미끄러지는 현상이 억제돼 운전자가 차의 성능을 끝까지 뽑아내기 쉽게 해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 안정감이 운전이 재미를 감소시킨다고 불만을 내놓기도 한다. 운전이 밋밋하고 핸들링도 후륜구동에 비해 약간 떨어지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아우디는 “그들이 가지 못하는 길을 우리는 갈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R8’이 있다”고 말한다. 슈퍼카 개념으로 만들어진 R8을 시승한 결과 가속력은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핸들링에 있어서만큼은 최강이었다.

○ 성능과 럭셔리의 완성

아우디는 1980년대까지는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었다. 그러나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알루미늄 차체와 4륜 구동 등 기술적인 아이콘, 디자인 혁신, 과감한 마케팅 등으로 과거에는 비교 대상도 되지 않았던 벤츠의 턱 밑까지 쫓아갔다. 시간이 지나도 늙기는커녕 조직이 더욱 젊어지며 성장을 이뤘다.

특히 최근 잇따른 신차 발표와 새로운 기술적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다소 거칠었던 실내 디자인은 지난해부터 대폭 수정됐다. 최근에 나온 A4, A5, Q5 등은 인체공학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적용해 농익은 럭셔리를 선보였다.

주행성능과 승차감도 더욱 진보했다. 최근 모델들은 다이내믹 드라이브 컨트롤(DDC) 시스템을 넣어 서스펜션과 운전대의 민감도, 가속반응 등을 동시에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승차감과 핸들링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어 부드러울 때는 더 부드럽게 강할 때는 더 강하게 차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기술을 통한 진보와 럭셔리를 향한 끝임 없는 노력이 마침내 빛을 보는 듯하다.

석동빈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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