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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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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곳중 18곳 “바닥 멀어”…내수기업 “2~3분기 회복”
수출 많은 삼성-LG-SK ‘고환율 착시 현상’ 경계
삼성그룹의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근무하는 한 임원은 최근 충남 아산시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방문했다가 복도의 형광등이 하나 걸러 하나씩 뽑혀 있는 걸 봤다. ‘이런다고 얼마나 경비가 절감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형광등 7000개를 뽑아서 월 50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는 공장 측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임원은 “지난해 4분기(10∼12월) 큰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1∼3월)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경기 회복보다 이런 피눈물 나는 경비 절감 노력 등이 영향을 준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스피가 1,300대를 회복하고 원-달러 환율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등 일부 경기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경영 현장의 분위기는 아직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16, 17일 이틀간 20대 그룹을 대상으로 ‘체감경기 조사’를 한 결과 90%(18곳)가 ‘아직 경기가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대답해 이와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 “경기 회복의 착시 현상을 유의해야”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올해 1분기 글로벌 매출은 원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안팎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전년 대비 무려 20%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의 한 고위 임원은 “이런 것이 고환율(원화 약세)에 따른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며 “달러 기준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을 경기의 바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다.
20대 그룹은 주력 업종이나 품목에 따라 체감 경기에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해외 매출이 많은 삼성 LG SK 등이 ‘고환율의 착시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많이 낸 반면, 대표적 내수 기업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2∼3분기(4∼9월)에는 그 영향으로 소비심리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롯데와 신세계는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를 경기 저점으로 분석한 하이닉스반도체는 “올해 1분기의 적자폭이 상당히 줄어들 것 같다. 이는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의 과잉 공급이 상당 부분 조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인적(人的) 구조조정 없는 구조조정 추진”
20대 그룹 중 KT, 금호아시아나, 하이닉스반도체, CJ, 동부, 대림 등 6곳(30%)만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도 대부분이 인위적 감원(減員) 없이 △합병(KT) △계열회사의 지분 및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금호아시아나, 대림 등) △경쟁력 없는 사업 축소(동부 등)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 또는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그룹들 중 일부도 “인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경쟁력 없는 사업의 통폐합이나 축소 등은 그룹이든, 계열사든 늘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