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R&D투자, 한국 25.9% ↑ 미국 0.7% ↓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 韓美 주요기업 비교

기업들 불황이후 대비

기술투자 확충 안간힘

액수로는 양국 큰 차

국내 20곳 합한 금액이

MS 3조원과 비슷

사상 최악의 불황에도 한국 대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9일 국내 주요 제조업체 20곳을 뽑아 지난해 4분기(10∼12월) R&D 투자 규모를 분석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보다 투자액이 25.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세계적인 감원 태풍 속에서 지난해 말 이들 기업의 직원 수는 4분기를 거치며 0.8% 줄어드는 데 그쳤다.

○ “불황에 투자하라”

이번 조사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중 매출액(2007년 말 기준) 상위 제조업체 20곳을 대상으로 했다. 한국기업 가운데 삼성전자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5% 증가한 1조9151억 원을 R&D에 투자해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가 19.2% 늘린 5084억 원, 현대자동차가 18.9% 늘린 4435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포스코, 기아자동차, LG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효성,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은 전년 동기 대비 20%를 웃도는 R&D 투자 증가율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의 비중은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가 각각 10.8%, 9.5%로 가장 높은 가운데 20개 기업 평균이 2.7%로 2007년 2.5%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글로벌 위기의 진원인 미국의 대기업들도 R&D 투자만큼은 크게 줄이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주요기업 28곳(R&D 투자액 기준, 자동차와 제약 제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7% 줄었지만, R&D 투자액은 0.7%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R&D 투자를 줄이지 않은 것은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불황 이후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2001∼2003년 침체 때 고효율의 발광다이오드(LED) 기술개발을 게을리 했다가 시장에서 밀려난 것이 대표적 사례다. GE는 당시 교훈으로 최악의 경제 위기에도 차세대 항공기 엔진개발을 늦추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웅진코웨이가 외환위기 때이던 1998∼2000년 공기청정기와 비데 등을 개발해 큰 효과를 봤다. 2000년 2773억 원이던 이 회사 매출액은 지난해 1조3140억 원으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업이 어렵다고 R&D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고히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 올해도 지난해 수준 유지할까

지난해 4분기 한국 기업들의 R&D 투자액 증가율이 미국보다 훨씬 공격적이었지만, 한미 기업 간 R&D 투자액 절대규모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 20개 기업 전체의 4분기 R&D 투자액은 3조8680억 원으로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MS) 한 곳의 투자액 22억9000만 달러(약 3조915억 원)와 비슷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월 “기업들은 올해 경영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R&D 투자를 지속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업의 R&D 투자액(계획치)은 27조6058억 원으로 2008년(27조724억 원)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은 감원, 한국은 잡셰어링

불황에 대처하는 한미 기업 간 전략 차이는 구조조정에서 확실히 구분된다. R&D 투자액이 가장 많은 MS조차 올 들어 5000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했다. 델컴퓨터도 1월 3000명 감원 계획을 내놓았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인텔 등 굵직굵직한 정보기술(IT) 기업이 모두 6000명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1위 통신회사인 AT&T도 1만2000명의 감원 계획을 내놓으면서 태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 20개 기업의 경우 지난해 말 직원 수가 그해 9월 말보다 0.8% 줄어드는 데 그쳤다.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삼성전자가 각각 9.3%, 3.3%, 2.9% 직원 수가 줄어들었지만, LG디스플레이와 두산중공업은 오히려 1년 만에 5.0%, 3.8%의 직원이 늘어났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잡셰어링’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동참하면서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올 들어서도 구체적인 감원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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