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9주년]재계 2,3세 “한국은 좁다”…글로벌 최고로 쑥쑥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해외현장 누비며 신흥시장 개척 주도

미래성장동력 발굴 기획력 돋보여

재계 2·3세들이 펼치는 경영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들이 ‘오너’로서 일반 최고경영자(CEO)보다 기업가정신을 더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재계 3세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41)는 지난해 10월부터 해외 순환 근무 중이다. 삼성그룹 측은 “이 전무가 중국, 인도, 중남미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 시장과 미국, 유럽, 일본 등 ‘격전지’를 돌며 경기 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묘수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현재의 위기 극복에 그치지 않고 5∼10년 뒤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그동안 쌓아 온 능력을 총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전 회장의 장녀이자 이재용 전무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39)는 서울신라호텔 리뉴얼을 주도했고, 지난해에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진출해 면세유통사업을 확장하는 등 경영 감각을 갖춘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이 전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36)는 2005년 상무로 승진한 뒤로 지금까지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기획 담당 임원으로 일하면서 브랜드 중장기전략 기획, 상품 기획 등의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10년 만에 기아자동차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사장(39)을 중심으로 기아차의 독립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기아차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고 매출도 2007년 15조9485억 원에서 16조3822억 원으로 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현대그룹에서는 현정은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32)가 눈에 띈다. 정 전무는 2004년 현대상선 재정부 대리로 입사해 2005년 재정부 과장, 2006년 현대 유엔아이 기획실장(상무), 2007년 현대 유엔아이 전무로 승진했으며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고 기획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54)은 국제경제의 흐름과 맥을 짚어내어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기업경영에 반영시키는 데 강하다는 평가다. 2세 경영인 중 ‘맏형’ 격인 그는 롯데에 입사하기 전 노무라증권에 들어가 런던 지점에서 평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인근 백화점이나 호텔을 둘러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경쟁사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이나 호텔들을 혼자 돌아보면서 진열 상태나 접객 요령 등 꼼꼼한 것까지 살핀다”고 전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33)는 지난해 말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 부본부장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상무(34)도 최근 인사에서 상무보에서 그룹 전략경영본부 경영관리부문 상무가 됐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외손자이자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아들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41)도 3세 경영인. 신세계 측은 “정용진 부회장이 어머니 이 회장으로부터 선대 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경영철학에 대해 지속적인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의 최근 관심사는 백화점과 이마트를 함께 개발하는 복합쇼핑몰 도입과 이마트 글로벌화, 신성장 업태개발 등이다. 신세계 측은 “신세계의 유통 역량 강화를 통해 2012년까지 세계 10대 종합 소매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효성그룹에서는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41)과 차남 조현문 부사장(40), 3남 조현상 전무(38)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조현준 사장은 섬유 및 무역PG장으로서 신규사업 발굴과 사업실적 개선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적자를 기록했던 섬유PG를 2007년부터 맡아 흑자 전환시켰고, 유럽 및 신흥 섬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49) 총괄부회장은 2006년 말부터 그룹의 실질적 오너 역할을 맡아 오고 있다. 채 총괄부회장은 2007년 삼성플라자를 인수해 그룹의 급성장을 주도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