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국가 이름 공개…국제적으로 망신주기로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내달 2일 G20 ‘액션플랜’ 공동선언문 포함 추진

주요 20개국(G20)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틈타 새로운 무역장벽을 만드는 각국의 조치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국제 사회에 공개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저지를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또 G20은 세계적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재정 정책을 펼쳤는지 평가해 그 결과를 언론을 통해 알리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26일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는 제2차 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 등 20개국 정상은 이런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실무협의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며 “선언문에는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는 구체적 실행계획(Action Plan)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행계획에는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감시한 뒤 분기별 보고서를 통해 무역장벽을 쌓은 나라의 이름을 적시하고 공개적으로 비판(Naming and Blaming)하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보호무역 조치를 취한 나라 이름을 거명하면 국제적으로 망신을 주는 효과가 있어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G20 정상회의 당시 각국 정상은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를 만들지 않는다”고 약속했지만 본국으로 돌아가서는 무역장벽을 경쟁적으로 높여 ‘말잔치’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세계은행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진 뒤 총 78건의 무역 관련 조치가 나왔고 이 중 66건이 무역을 제한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G20 가운데 미국 중국 영국 등 17개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이번 2차 정상회의를 계기로 WTO가 감시할 보호무역의 범주에는 무역, 투자 분야 외에 금융보호주의가 새로 포함된다. 금융보호주의는 선진국들이 나라 밖으로 자금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자국(自國) 금융회사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자금 조달을 막는 행위다.

이와 함께 G20 실무협의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확대 정책 등 각국의 거시경제정책을 평가하고 이를 공개하도록(Assess and Make public) 하는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경기회복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를 각국이 재정에서 지출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문에 명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 간 의견차가 커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25일(현지 시간)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해 “G20 정상회의 기간에 양측이 FTA 타결을 선언하면 각국의 무역장벽 강화 움직임 속에서 강력한 반(反)보호주의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