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의무보험만 가입했다간 보상금 많이 들 때 막막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2분


중상해 교통사고 형사처벌

치료비 위자료 등 현행대로 지원하는 종합보험이 든든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6일 자동차 종합보험 가입자가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등의 잘못이 없다면 형사처벌을 면하도록 규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라도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서 피해자에게 심각한 중상해를 입혔다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 만큼 자동차보험 가입 관행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됐다.

헌재 결정의 의미와 자동차보험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문답으로 정리한다.

【Q】 헌재 결정의 의미는?

헌재는 결정문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4조 1항에 대해 ‘중상해가 생긴 경위, 피해자의 과실 등을 따져 가해자에게는 정식 기소와 약식기소, 기소유예 등 다양한 처분이 가능한데도 가해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책임을 면해 주는 것은 기본권 침해가 지나쳐 헌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차 사고를 내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상황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Q】 ‘중상해’의 범위는?

뇌와 장기의 심각한 손상, 팔다리를 잃어 접합이 불가능한 경우, 실명 및 청력 상실과 혀 절단으로 인한 발음 곤란, 생식 기능 상실 등 누가 보더라도 심각한 상황을 말한다.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중증의 정신장애와 하반신 마비 등은 보다 명확한 중상해로 볼 수 있지만 판례에 따라 팔이나 다리 골절 또는 이가 몇 개씩 빠졌을 때는 중상해로 보기 어렵다.

【Q】 이번 헌재 결정으로 종합보험에 가입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인가?

아니다. 여전히 종합보험은 의무보험에 비해 보상 범위가 넓다. 의무보험은 다른 사람의 상해나 다른 차의 손상에 대해서만 보상해준다. 특히 다른 차의 손상에 대해 보상해주는 금액이 최고 1000만 원으로 제한돼 있다. 외제 차와의 충돌 등 차량 손상을 복구하는 데 돈이 많이 드는 사고에 충분히 대비하려면 종합보험에 드는 것이 안전하다.

【Q】 종합보험의 매력이 줄어든 만큼 가입자가 줄어들 수도 있지 않나?

교통사고 때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새로 종합보험에 들려는 사람은 앞으로 종합보험 대신 보험료가 적은 의무보험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의무보험에만 들면 차량이 심하게 손상됐거나 인명 피해에 따른 보상금이 클 때 충분한 보장을 받지 못할 수 있다.

【Q】 자동차보험상품의 보장 내용이 달라지나?

보험상품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 자동차보험은 민사상 배상책임 부분에 대해 보장하는 상품인데 이번 헌재 결정은 형사상 처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존 종합보험 가입자에게 10대 중과실을 제외한 교통사고에 대해 형사 처벌을 면제해 준 것은 특례법 4조의 규정에 근거한 것이지 보험상품의 약관을 따른 것이 아니다.

【Q】 보험료는 어떻게 되나?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보험사들이 종합보험 보험료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다. 다만 안전운전에 신경 쓰는 분위기가 조성돼 교통사고가 줄면 손해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줄어 결국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6년 기준 3.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명)의 2.1배 수준이다. OECD 국가 가운데 터키와 헝가리(이상 3.8명) 다음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이 높다.

【Q】 중상해 교통사고를 냈을 때 보험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와 위자료, 상실수입보상금 등 기존 종합보험에서 지원해 온 상해사고에 따른 비용을 현행대로 받을 수 있다.

【Q】 앞으로 운전자가 인명사고를 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까지는 사고가 났을 때 경찰서보다는 보험사로 바로 연락해서 잘잘못을 따지는 사례가 많았다. 앞으로는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경찰서에 연락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가 나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해 객관적으로 운전자가 어느 정도의 과실이 있는지 경찰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또 벌금이나 변호사 비용 등이 지급되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 금전적 손실을 일부분 보장받을 수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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