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0일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 있는 친환경 농산물업체인 ‘세실’ 본사의 회의실. 한국거래소가 주최한 코스닥 상장사 기업설명회(IR)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문사 직원 50여 명이 몰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요즘 중소형 테마주에 대한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의 기업분석 요구가 부쩍 늘었다”며 “그린, 바이오, 발광다이오드(LED) 테마가 붙은 IR에는 반드시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근 국내 증시가 중소형주 위주로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대형주의 주가 예측이 쉽지 않자 개인투자자들이 수익률 회복을 위해 가격이 낮고 상승률이 높은 중소형 테마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3월 결산시즌을 맞아 일부 기관투자가의 기업분석 요구도 늘어나 증권사들은 ‘스몰캡(중소형주)팀’의 전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 증권사들 ‘스몰캡팀’ 강화 추세
실직 중인 박모 씨(34)는 요즘 쌈짓돈 1000만 원으로 LED 테마주인 ‘루멘스’ 등의 주식을 하루 단위로 사고팔고 있다. 2007년 국내 증시가 고점일 때 가입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40%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자 직접투자로 수익률을 만회하겠다고 나선 것.
그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면 테마주로 몇 달 사이에 50% 이상의 수익을 냈다는 개미가 적지 않다”며 “예전의 장기 투자자들도 값싼 중소형주 위주로 단타 매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에서 중소형주 거래가 늘고 있는 점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을 하루 평균 주식거래 수로 나눈 평균주가는 주당 7870원이다. 이는 2005년 10월(7824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값싼 주식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 기간에 중소형주의 상승률도 두드러졌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월 말부터 이달 11일까지 50% 이상 수익률을 올린 전체 21개 종목 중 서울반도체(129.80%)를 빼고는 모두 시가총액 기준으로 100위권 밖 종목이었다.
KB투자증권 변준호 스몰캡팀장은 “중소형주가 상승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중소형 기업의 동반 탐방을 요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증권사도 스몰캡팀의 분석 인력을 꾸준히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 급등락 반복에 우려의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형주 거래가 부담스럽게 되자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기대감이 커진 증시에서 중소형주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그린산업과 바이오산업 등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것도 중소형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외국계 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3월 말 수익률을 기준으로 인사 및 각종 보수가 결정되는 일부 연기금 펀드의 운용사들이 지난해 수익률을 만회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것도 중소형 주식의 가격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중소형주의 상당수는 뚜렷한 이유 없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개인투자자는 “중소형 테마주 10개 종목에 투자하면 1개 종목은 대박이 나지 않겠느냐”며 “상당수 투자자가 로또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1700개가 넘는 전체 상장사 중에서 증권사가 분석하는 기업은 많아야 250개 안팎”이라며 “테마성 재료를 찾더라도 목표수익률을 낮게 잡고 이익이 나면서 신규사업도 현실화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