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대신 한라봉 드세요”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7분


高환율로 수입과일값 껑충

유통업계 대체재 확보나서

요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본 시즈오카(靜岡)산 최고급 멜론 한 개의 가격은 30만 원을 넘나든다.

선물용으로 인기 있는 이 희귀종 멜론은 작년 이맘때만 해도 15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었지만 최근 원-엔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하면서 그 값이 두 배로 뛰어올랐다.

미국산 오렌지, 칠레산 포도 등도 마찬가지다. 고환율 탓에 수입과일 대부분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가격이 40∼50%가량 비싸졌다.

이에 최근 유통업체들이 환율 급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국산 대체재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렌지의 경우 한라봉 천혜향 귤과 같은 ‘유사 오렌지’를, 키위의 경우 뉴질랜드산이 아닌 제주산 키위를 적극 유통하는 식. 롯데백화점은 올 들어 미국산 오렌지의 수입을 절반으로 줄이고, 국내산 밀감류의 제품 비중을 그만큼 늘렸다.

국내에서 나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는 해외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환율 파장을 극복하고 있다. 새우는 주 수입국인 태국뿐 아니라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도 거래처를 확보해 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현대백화점 측은 “환율 상승으로 국산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국산 대체재를 구입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국산 감귤류는 전년 1∼3월에 비해 55%나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주요 화두는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해외 농장과 거래를 터 물건을 들여오는 ‘직거래망 뚫기’였다.

실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최근까지 오렌지, 포도, 체리, 애플망고, 새우 등에 대해 각각 30여 개, 7개의 직거래 유통망을 발굴해 거래해 왔다. 그러나 몇 달 새 환율이 두 배 가까이 오르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어렵사리 개척한 이들 직거래망이 무용지물이 돼 버린 것.

연창모 롯데백화점 농산담당 MD는 “환율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할 수도 없어 고민이 크다”며 “외화 강세가 단기간에 끝날 현상이 아닌 만큼 유통업계의 국산 대체재 발굴과 유통채널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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