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문화 종교 학교, 반기업정서에 깊이 함몰”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소설가 이문열씨 경총 강연

“제가 보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반(反)기업 정서가 우리 사회에 팽배한 것 같습니다. 문화 종교 학교 이런 분야는 제가 편협하게 보는지 몰라도 반기업 정서에 깊이 함몰돼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가 이문열 씨(사진)가 기업인들에게 “친(親)기업 분위기를 형성하는 작업에 더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주최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연찬회 강연에서다.

이날 이 씨는 “우리 사회가 재산을 물려주고 부(富)를 모으는 게 죄악으로까지 여겨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윤을 창출하고 처분하며, 부를 향유하는 게 마음 편하고 떳떳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된 사회에는 국가 외에도 국가를 지지하고 보위하는 ‘사회적 진지(陣地)’들이 있다”며 “지금 국가는 자본주의와 시장주의 원리를 지키고 있지만 여러 진지, 문화, 종교, 학교 이런 진지들은 반기업 정서에 깊이 함몰돼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는 10년간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는데 그게 정권의 형태로는 탈환됐다. 그러나 아직 여러 진지가 ‘신(新)기득권’ 세력에게 남아 있고 그 진지들을 탈환하려 하니 굉장히 완강하게 저항하는 중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정권 교체로 우파 정부가 들어섰지만 사회문화 영역에서는 진보세력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다.

그는 “국가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체제를 수호하고 기반이 되는 국민이 필요하듯 기업도 기업의 존재와 활동에 가치를 부여하고 승인하는 그런 사람들의 집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친기업 정서를 북돋기 위해 시행하는 현재의 문화지원 활동에 대해서는 “‘저건 아닌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확한 판단 기준이 없고 담당 임원과의 친분으로 지원 대상이 결정되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적대감만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한편 이 씨는 강연을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사회적 진지들 중 가장 완강히 저항하는 분야가 어디냐’는 질문에 웃으며 “MBC 아니겠느냐”라고 답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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