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PL 우유’ 갑과 을의 진실게임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이마트 - 매일 빙그레 우유

말바꾸기 릴레이에 씁쓸

요즘 국내 우유업계에선 ‘거짓말 대회’가 벌어진 듯합니다.

매일유업과 빙그레는 동아일보 보도(9일자 B1면 참조)에서 두 회사가 생산하는 신세계 이마트 자체 브랜드(PL·Private Label) 우유가 자사(自社) 제품과 비교해 생산라인이 다르거나 품질이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파문은 컸습니다. 보도 다음 날인 10일부터 이마트는 전국 모든 점포에서 두 회사의 PL 우유 판매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매일유업의 ‘이마트 우유’와 빙그레의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입니다.

▶본보 13일자 A12면 참조“PL우유 품질이 다르다고?” 이마트 전격 판매중단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각 회사는 13일부터 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매일유업은 당초 동아일보 취재 과정에서 자사 제품인 매일 ESL 우유와 이마트 우유의 생산 라인이 다르다는 내용의 비교표까지 만들어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날 매일유업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ESL 라인에서 이마트 우유를 생산하는 걸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라인에서 생산되더라도 매일 ESL 우유의 등급이 매일우유보다 높은 걸로 우유팩에 표기돼 있습니다.

빙그레는 며칠 전 홍보실장이 나서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에 비해)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는 물을 많이 타서 맛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다른 언론매체를 통해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는) 품질이 낮은 우유가 아니라 원유 함유량이 다소 낮은 것일 뿐”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거대 대형마트가 제조회사들에 횡포를 부린다고 항변했습니다.

이마트의 설명도 석연찮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엔 “10여 년 전엔 이마트 우유와 매일우유가 같은 생산라인에서 생산됐지만 매일유업이 2년 전부터 ESL 라인을 신설해 이마트 우유는 일반 라인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했죠. PL 품질을 확인해야 할 이마트가 이마트 우유의 생산라인을 몰랐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마트 홍보팀은 “두 회사는 이마트에 자사 브랜드 제품과 ‘동급 품질’의 PL 제품을 이마트에 납품하기로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며 “두 회사의 생산 시설을 점검해 품질이 다르면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매일유업 관계자는 “(이마트의 주장과 달리) 계약서엔 ‘동급 품질’이 명기돼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마트와 우유회사 둘 중 한 쪽이 거짓말을 하는 셈입니다.

活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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