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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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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보호무역 조치안해” G20선언 무색
전문가들 “FTA 조기 체결로 파고 넘어야”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自國)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관세 장벽을 쌓거나 반(反)덤핑 조사를 남발하는 등 잇달아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보호무역조치 감시·대응 태스크포스(TF)가 최근 2개월 동안 주요국의 무역 정책 관련 동향을 분석한 결과 각국 정부가 40건 정도의 새로운 무역규제 조치를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앞으로 12개월간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를 만들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채택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가 약속을 어긴 셈이다.
세계 경제에서 보호무역 기류가 확산되면 무역의존도(국내총생산 대비 무역액)가 70%를 넘는 한국 경제는 수출 위축과 경상수지 악화로 또 한 번 큰 타격을 받게 된다.
○ ‘수출 한국’ 옥죄는 보호무역주의
1일 외교부 보호무역조치 감시·대응 TF에 따르면 G20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총 38건의 신규 무역조치를 각국 정부가 실행했거나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는 △관세를 새로 부과하거나 높이는 조치가 11건 △반덤핑 여부를 조사하거나 최저수입가격제도를 시행하는 등 비(非)관세장벽을 높이는 사례가 14건 △자국 산업에 직간접 지원을 하는 사례가 13건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한국의 수출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의 신규 무역조치가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초부터 중국산 석유화학 및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라는 점에서 조사 결과가 한국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한국산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1일 ‘2008년 대한(對韓) 수입규제 현황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개발도상국의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까지 한국 수출제품에 대한 국가별 미해결 수입규제 121건 가운데 인도가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21건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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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 ‘적신호’
일부 국가의 보호무역 움직임은 단순한 통상마찰에서 끝나지 않고 경쟁국들을 자극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로 번질 수 있다. 미국이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파산을 막기 위해 174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투입하자 영국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이 잇달아 자국 자동차산업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는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공산이 크다. 내수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수출까지 타격을 받으면 경제 회복 시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자멸하는 길이다.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4월에 열릴 제2차 G20 회의에서 한국이 공동의장국 지위를 바탕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제한할 수 있는 의제 설정에 각별히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높아지는 무역장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세계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더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재화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이런 때일수록 FTA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협상 마무리 단계인 한-유럽연합(EU) FTA의 조기체결을 발판으로 다른 국가와의 FTA 협상에도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