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 63년 무분규…환란때도 해고 1명 없이 위기 돌파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금호산업㈜ 고속사업부(금호고속) 김성산 사장과 이광희 노동조합 위원장은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한다. 이들 노사 대표는 자동판매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운행을 막 시작하려는 고속버스 운전사와 차량 정비원을 독려하고 애로사항을 듣는다.

김 사장과 이 위원장은 물론이고 전임 사장과 전임 노조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6시 출근 미팅은 노사 간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장(場)이 됐다.

이 노조위원장은 “노사가 한 배를 탔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회사도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다”며 “다른 기업들이 퇴사한 노조간부에게 노사 관계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스카우트 제의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1946년 택시 2대로 출발한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 현재까지 63년간 단 한 차례도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다.

비결은 아주 간단하다. 회사가 사원에게 동종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사원을 가족으로 대하는 것. 운송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사원에게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 무이자 대출, 초중고교-대학생 등록금 지원 등의 다양한 후생복지 혜택도 제공한다.

김태양 인재경영팀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사무직 근로자에 한해 한 달 정도 자발적인 휴직을 했다”며 “그러나 단 1명도 해고하지 않고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기름값이 크게 올라 가까스로 적자는 면했지만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자동차 보급 확대와 KTX 도입 등으로 갈수록 승객이 줄어 고속버스업계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보다는 비용절감, 신규사업 진출 등으로 경영수지를 맞추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이 성장하려면 노사 간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경영 사정도 완전히 공개한다. 김 사장은 매주 월요일 ‘행복경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 간부와 노조 간부를 모아 회사의 미래전략과 애로사항 등을 설명한다.

승무직 이기수(43) 씨는 “운전사에게는 금호고속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라며 “노사 화합으로 기업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